올해 미국 연말 소비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22일ㆍ현지시간)과 블랙프라이데이(23일)의 판매실적이 일단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소매업체들이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시작해 실적이 흑자로 전환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4일 미국 소매시장 분석 전문기관 슈퍼트랙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매장 매출은 112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8%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하루 전인 추수감사절에 미리 지갑을 열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는 불황극복을 위해 대형 소매업체들이 추수감사절 저녁부터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신용카드 결제회사인 체이스페이먼테크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당일의 매장 매출이 지난해보다 71%나 급증했다. 특히 이날 오후6시부터 자정까지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업체의 실적도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세계적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TV를 130만대 파는 등 가전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으로, 특히 오후8시부터 문을 연 추수감사절에는 자정까지 초당 5,000개의 상품이 팔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매판매에서 최대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온라인 매출도 이틀간 급증했다. IBM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온라인 매출은 전년보다 17%나 뛰었고 블랙프라이데이에는 21%나 급증했다. 아마존도 매출 증가율이 각각 35%, 38.3%에 달했다.
이처럼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재정절벽(정부의 갑작스러운 재정지출 축소에 따른 경제 충격), 글로벌 경기침체 중에도 미국 소비지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빌 마틴 슈퍼트랙 부회장은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성적이 괜찮았다"면서 "연말 쇼핑시즌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편 올해를 시작으로 미국의 연말연시 쇼핑 패턴이 본격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추수감사절 밤부터 할인을 시작한 월마트와 타깃ㆍ시어스의 뒤를 이어 이런 추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프라이데이 자정에 문을 여는 것보다는 추수감사절 전날 밤에 문을 여는 게 더 높은 쇼핑 편의를 도모할 수 있고 실제 올해도 이런 전략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모바일 쇼핑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베이의 올해 모바일 기반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은 지난해보다 153% 증가했고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은 테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쇼핑한 건수가 최대 3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아누즈 나야르 페이팔 대변인은 "모바일 쇼핑이 주류로 올라선 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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