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자신의 휴대폰을 버리고 새 문물을 받아들였다. 기존 휴대폰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자 낡은 것을 더 이상 '욕망'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휴대폰이 연간 1000만대가 넘는 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 사실이 사람들의 욕망을 막진 못한다. 무엇이 쓰레기고 무엇이 아닌지는 판단하기 나름이다. 그 판단은 사람마다 장소마다 다르며 시대마다 다르다. 미국의 소비문화를 연구해 온 역사학자 수전 스트레서는 '낭비와 욕망-쓰레기의 사회사'에서 쓰레기의 역사를 통해 19세기에서 현재까지 소비문화와 일상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쓰레기'는 크게 세 가지에 의해 규정된다. 첫째로 망가지거나 해져서 못 쓰는 것, 둘째로 너무 많아 남아돌기에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마지막 요인은 현대사회에 들어서며 생긴 특징인 '원치 않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선 더 이상 '욕망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 쓰레기로 규정되고 있다. '욕망'에 의해 쓰레기가 구분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망가지지 않은 것을 버리는 건 사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산업화가 가속화하며 상품들은 대량 생산됐고, 물자가 풍부해진 상황에서 소비는'부족함'이나 '필요'에 하는 것이 아니라'유행'에 의해 촉진됐다. 오늘날 쓰레기장에 멀쩡하지만 싫증이 난 제품이 가득 쌓이게 된 이유다. 쓰레기가 더 이상 순환하지 않는 것도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과거의 쓰레기는 가정 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됐다. 음식 쓰레기는 닭 모이로 사용됐고 못쓰는 물건은 넝마주이나 고물상에게 넘어가 자연스레 재활용 순환 시스템 속으로 들어갔다. 이렇듯 개별 가정의 문제였던 쓰레기가 20세기 들어 사회적 문제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모두가 담당하던 쓰레기 처리는 정부기관이나 쓰레기 업체 등 일부 전문기관에서만 취급되는 문제로 국한됐다. 현대 사회의 쓰레기는 계급을 규정하는 역할도 한다. 어떤 이에게 쓰레기는 다른 이에게 유용한 것이 될 수 있다. 더 새롭고 값진 것을 욕망하게 만들어진 현대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쓰레기로 규정하는가에 따라 경제적ㆍ사회적 계급이 분류되는 것이다. 저자는 20세기 경제 성장이 쓰레기에 의해 촉진됐다며 미국이 세계 최고로 발달한 '버리는 사회'라고 말한다. "물건을 버리는 행위가 권력을 드러낸다"는 사회학자 베블렌의 말처럼 미국은 대량생산된 제품을 기술의 변화와 유행에 맞춰 빨리 소비함으로써 권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책이 소설부터 공익광고까지 온갖 사료를 통해 보여주는 쓰레기의 역사는 다채롭고 흥미롭다. 저자는 최소한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순환시키던 과거로 회귀 하자고 주장하는 대신 쓰레기처럼 하찮아 보이는 것이 실제로 매우 중대한 문제일 수 있다며 현대사회의 소비문화에 대한 성찰을 제안한다. 2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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