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계부채의 규모가 최근 1,100조원을 넘어섰다는 자극적인 이야기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세보증금이라는 부채를 감안하면 총1,5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돼왔다. 더욱이 최근 주택시장의 회복세와 함께 증가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4년 말 기준 100%에서 2014년 138%로 무려 38%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그 근원이 되는 정보의 특성을 살펴보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몇 가지 의문이 있다.
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정부의 국민계정에 기초한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심각성과 달리 노동패널이나 가계금융복지조사와 같이 매년 실시되는 가구단위 조사에서 도출되는 지표는 큰 심각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시적인 지표로 집계되는 정보에 대해 생각해볼 것들이 있다. 우선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산정할 때 분모가 되는 소득과 관련된 정보는 20~30% 수준(선진국 10% 내외)으로 파악되는 국내 지하경제의 규모를 고려할 때 국민계정에 기초한 수치는 과소평가돼 있다. 가구단위조사는 그 정확도에 한계가 있으나 실질적인 가구소득을 파악하도록 조사되고 있다.
분자가 되는 가계부채에 대한 정보는 지속적인 해당 부처의 노력으로 포괄하는 대상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사채나 계와 같은 과거의 정보를 재생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장기적인 가구의 재정상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된다. 전체 조사 가구의 금융부채 중 금융기관 부채 비율이 1999년 80%에서 2012년 95%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제도권 금융시장의 확대로 사채나 계와 같은 과거 위험성이 높았던 금융부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제도권 금융부채로 흡수되는 추세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파악되는 부채의 급격한 증가 추세는 일정 부분 과거의 실질적인 가계부채를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시효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그 성격에 대해 논란이 많은 전세라는 임대인의 부채를 포함하면 소득대비 총 가계부채 비율이 과거 14년 동안 증가했다는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관련된 이슈로 최근 전세가구의 자가 구매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거래 과정에서 임대인이 짊어졌던 전세금이라는 기존 부채는 사라져 자가 가구의 순 자산이 되고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새로운 부채가 발생한다. 전세금이 주택가격의 70% 내외임을 감안하면 결국 전세금을 포함한 사회 전체적인 부채의 규모는 줄어들 여지가 생긴다.
가계부채의 문제점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도하게 인지된 가계부채의 위험성에 지나치게 움츠리면 더 위험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