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상력이 큰 목함지뢰 3발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육군의 신세대 장병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용감하고 침착하게 대응해 전우의 목숨을 살렸다. 합동참모본부가 10일 공개한 52초 짜리 사고 영상에는 신세대 병사들 하나 하나가 제 몫 이상을 해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군의 감시 장비에 담긴 동영상은 2차 폭발 직전부터. 다른 곳을 감시하느라 담지 못한 1차 폭발 발생으로부터 5분이 지난 시점. 1차 폭발로 선두의 하모 하사가 쓰러지자 수색분대장 정모 중사가 통문 북쪽으로 뛰어 나갔다. 일단 응급처치 키트로 하 하사를 지혈한 정 중사는 전방 경계를 자처하며 ‘후송’ 명령을 내렸다. 의무병인 박모 상병과 지원차 수색분대에 끼어있던 박모 원사 2명이 하 하사를 끌고 추진철책 통문을 통과하는 순간, 2차 폭발이 일어났다. 지뢰 2발이 동시에 터져 통문에서 후송을 거들던 김모 하사까지 쓰러진 직후에도 장병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용기를 보였다.
먼저 정 중사. 통문 북방에서 경계하던 팀장 정 중사는 즉각 뛰어와 쓰러진 김 하사를 안고 응용 포복으로 남쪽 안전지대로 옮겼다. 하 하사를 후송하던 중 폭발로 남쪽으로 튕겨져 나가며 정신을 잃었던 박원사와 박상병은 곧 정신을 차리고 북쪽으로 올라가 쓰러진 하 하사를 다시 끌고서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정 중사가 도착한 안전지대 옆에서 대기하던 통신병 최모 상병은 부상자들이 돌아오자 참호에서 나와 전방으로 올라가 경계자세를 취했다. 누구의 명령도 없었으나 훈련받은 대로 사주 경계를 위해 밖으로 나간 것. 최 상병은 이미 통신관인 이모 하사와 함께 1차 폭발을 듣자마자 인접 GP에서 증원을 요청했던 상황. 15분 뒤 증원 병력이 현장에 뛰어왔다. 평소에 속보로 20분 걸리는 거리를 무장을 꾸리고 죽을 힘을 다해 뛰어서 투입시간을 단축시켰다.
부상 당한 두 명의 하사는 인근 GP와 GOP, 헬기장을 거치며 의무헬기로 수도통합병원에 1시간 28분 만에 도착해, 긴급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군의관들은 “조금만 지체했더라도 두 하사의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에서 젊은 장병들의 용기가 전우의 생명을 구한 셈이다. 불과 52초 짜리지만 감시 영상에 나오는 젊은 장병들은 사고를 당해 처음부터 끝까지 헌신과 용기, 전우애, 기민한 판단력을 보여줬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부상 이후 조치와 포복을 이용한 후송, 흐트러지지 않은 사주 경계, 즉각적인 보고와 조치는 세계 탑클래스 수준의 특수전 병력도 하기 힘든 일인데 수색대대의 젊은 장병들이 해냈다”며 “사고의 처리와 별개로 신세대 장병들의 전투력과 용기를 확인한 점은 보이지 않는 큰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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