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랄 정도가 아닙니다.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29일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 결과를 지켜본 한 의원의 말이다. 이날 경선에서는 예상을 뒤엎으며 현직 국회의원도 아니고 대구가 지역구도 아니었던 권영진 후보가 선출됐다. 그만큼 세월호 사건 이후 민심이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권 후보는 "변하지 않고 바꾸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참담함을 다시 겪어야 할지 모른다"며 "혁신은 역사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아이들도 지켜주지 못하는 기존 질서, 옛 패러다임 대신 변화와 혁신, 새 패러다임을 찾는 민심과 정치권의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앞으로 한국의 정치사는 세월호 사태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지 모른다"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과거의 작태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민심의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럴 때 여당이든 야당이든 각성하지 못하고 새 패러다임을 수용하지 못하면 몰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이대로는 6·4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 같은 우려와 변화의 욕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보수의 본산인 대구에서 핵심 당원들이 친박근혜계 주류가 아닌 비박계 쇄신파인 권 전 의원을 시장후보로 선출한 사건이다. 부산시장 경선에서 친박 주류인 4선의 서병수 의원이 고전하는 것이나 충남지사 경선에서 현역의원인 홍문표·이명수 의원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현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투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준 경기대 교수는 "이제 새누리당은 박정희 패러다임이 지배했던 시대에서 벗어나 뉴 패러다임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 길목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대구가 (친박 주류를 지지하라는) 중앙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과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혁신연대모임 간사인 김영우 의원은 "권 후보의 승리는 계파나 권력투쟁 문제를 떠나 여권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단체장 경선, 6·4선거, 이후의 전당대회 등이 변화를 예고하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이라고 안전지대는 아니다. 야당도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보이면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설 의원은 "혁신하고 각성하지 못하면 야당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세월호 참사'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제는 쇄신과 변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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