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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나라당을 위한 苦言
입력2006-06-19 16:45:12
수정
2006.06.19 16:45:12
윌리엄 슬림 장군은 지난 43년 영국 육군 14군단장으로 취임했다. 14군단이 미얀마에서 일본군에 패배를 거듭한 끝에 인도로 퇴각한 뒤였다. 14군단의 사기는 바닥이었다.
슬림이 부대를 순시해보니 14군단은 ‘따로국밥’이나 다름없었다. 병사들은 굶주리고 있는데도 장교들은 시원한 그늘 아래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슬림은 “나쁜 병사는 없다. 오직 나쁜 지휘관이 있을 뿐”이라며 장교들의 ‘겸손’과 ‘헌신’을 강조했다. 그는 쉴 틈 없이 전후방을 오가며 모든 병사들이 “지휘관들이 우리를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다.
리더의 덕목은 '앎'과 '사랑'
슬림은 모든 부대원들을 똑같이 대우하도록 했다. 전방에서 전투 중인 부대에 대한 보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본부의 보급도 절반으로 줄이도록 명령했다. 그러자 후방의 장병들은 전방에 대한 보급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14군단은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14군단은 한때는 귀신처럼 여겨지던 일본군을 빗자루로 쓸어내듯 몰아냈다. 슬림 장군은 전쟁이 끝난 후 “훌륭한 리더십에는 ‘겸손’과 ‘헌신’이 스며들어 있다. 겸손과 헌신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술회했다.
반면 한국과 함께 2006 월드컵 G조에 속한 토고를 보자. 축구협회가 정당한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려는 바람에 토고 선수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추억’에서부터 현대 경영학에 이르기까지 리더십을 주제로 한 이론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숱한 리더십 이론을 관류하는 키워드는 ‘앎’과 ‘사랑’으로 요약할 수 있다.
조직이나 사회를 둘러싼 환경, 존재 이유, 운영 원리 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직이나 사회를 이끌 수 없다. 그래서 ‘앎’은 필수다.
그러나 ‘앎’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랑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을 늘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마음과 자세가 없으면 끊임없는 반목과 갈등이 되풀이될 뿐이다. 흔히 리더가 ‘사랑’을 말하지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은 실제로는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만 그치기 때문이다.
이제 열흘 후면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된다. 한나라당은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선거 후 진행된 숱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열린우리당이 ‘더 미워서’ 한나라당 후보에 몰표를 준 것일 뿐이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안티(anti) 한나라당’ 기조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아직도 “열린우리당이 싫으면 민주당이나 민노당을 찍어야지, 왜 ‘당나라당’을 찍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대부분 ‘부패’에서 비롯됐다. “한나라당은 에토스(ethos)가 썩은 집단”이라는 말도 자주 나온다.
'부패 이미지' 쇄신 나서야
여러 사실(fact)이 이를 입증한다. ‘차떼기 정당’은 옛날 일이라고 치자. 지역구 유지들과의 모임에서 맥주병을 던져가며 행패를 부린 국회의원도 여전히 의원직을 지키고 있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도 뇌물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잇단 부패 스캔들로 여론의 몰매를 맞고도 반성할 기미가 없다. 부인이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조차 사실상의 정계 은퇴 선언을 번복한 채 정치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일 정도다.
한나라당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선거에서의 승리를 ‘돈ㆍ명예ㆍ권력’을 동시에 보장하는 백지수표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부패’ 이미지가 일조일석에 굳어진 것이 아니듯 이를 불식시키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나라당은 물론 나라도 불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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