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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

주식중개 부문 6년째 1위 수성… "이공계 출신 꼬리표 뗐죠"




잘나가던 상공부 관료직 박차고
2000년 경영인으로 첫발 내디뎌
경제신문 읽으며 금융지식 쌓아 유럽 재정위기發 영업환경 악재속
FX마진 거래 등 신사업서 성과
"저축은행 인수 위해 최선 다할것"
저축은행의 본입찰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권용원(사진) 키움증권 대표는 뜻밖에 담담한 모습이었다. 경쟁사의 입찰 가격을 파악하기 위해 첩보전을 치르는 상황이어서 상당히 바쁠 것으로 생각했으나 권 대표의 표정에서는 비장함이나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어떤 딜이든 '내가 꼭 사고 싶다'는 진정성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면 성공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하는 것"이라며 "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막판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2009년 5월 키움증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권 대표는 서울대 공대 전자과를 나온 이공계 출신에다 상공부(현 지식경제부) 관료를 거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금융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는 2000년 다우그룹에 합류한 뒤 다우기술 부사장과 다우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거치면서 유망벤처기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주도했을 뿐 증권 업무에는 깊이 발을 들여놓지 않았었다. 하지만 키움증권 대표 취임 2년이 지난 지금 그를 두고 이공계와 관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의 등장 이후 키움증권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인수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개인거래가 정체되는 등 키움증권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녹록하지 않았다. 권 대표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구원투수'로서 의미 있는 전진을 이뤘다는 평가다. 개인들의 시장 참여가 다소 저조한 가운데서도 키움증권은 주식중개(브로커리지) 부문에서 선두주자를 유지하고 있고 FX마진 거래와 선물 거래, 미국주식 거래 중개 등 신사업 분야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의 동서증권을 인수해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들 두고 세계미래포럼은 '금주의 미래회원' 소개 글에서 권 대표를 "정보기술(IT) 전문가다운 발상과 창의적인 마인드로 디지털 융합 시대를 맞아 금융이 나갈 길을 제시하는 CEO"라고 평가했다. 정부에서 잘나가던 공무원이던 권 대표와 다우그룹의 인연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1999년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모두가 들떠 있을 무렵 김익래 다우기술 회장은 권 대표에게 다짜고짜 "함께 일해보자"며 다우기술 입사를 권했고 권 대표는 망설임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권 대표는 "상공부에서 기업애로를 처리하면서 기업에 대해 많이 배우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에 조언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기업을 직접 경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는데 때마침 영입제안이 들어와 수락한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2000년 다우그룹에 합류한 그는 다우기술 부사장과 다우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을 지내면서 경영지식을 하나씩 쌓아갔다. 이후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재직하면서 유망벤처기업 투자와 M&A 등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학적 소양을 공직 때 익혔다면 실전 트레이딩은 다우에서 모두 배웠다"고 말한다. 상공부 시절 한덕수 전 주미대사를 상사로 모시기도 했던 그는 "당시 공직사회에서 이공계 출신에게는 파워가 없었다"며 "문과 출신에 지기 싫어 경영서적과 경제신문을 탐독하며 경영지식을 쌓았던 게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과 번개 형식의 술자리를 가질 정도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로 유명하다. 직원이 440명 수준이다 보니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권 대표 스스로가 소탈하고 직원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정 많은 성격이다. 권 대표는 "다른 증권사에 비해 많지 않은 인원이라 가족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며 "증권사는 업무특성상 바쁘고 일찍 출근해야 되기 때문에 번개미팅을 전에 있던 회사보다 자주 못 가지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권 대표는 사석에서 "인생의 비극은 실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공 직전에 스스로 포기하는 데 있다"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고 한다. 그는 "CEO는 혼자 결정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늘 외롭다"며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한발 물러나고 싶거나 정면돌파를 회피하고 싶을 때마다 이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 한번 더 노력하면 결국에는 안 풀리는 문제가 없다"는 게 권 대표의 신념이다. 존경하는 인물로는 삼국지의 조자룡을 꼽았다. 조자룡은 유비가 당양현 장판에서 조조의 공격을 받고 달아날 때 단신으로 적지에 뛰어들어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해낸 일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조자룡은 무예가 출중한데다 규율을 지키면서 끝까지 충성심을 잃지 않은 점이 마음에 쏙 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에는 두루 능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테니스를 배웠고 상공부 시절에는 야구ㆍ축구 동호회에서 맹활약했다. 야구 포지션은 투수를 맡을 정도로 실력이 수준급이다. 골프는 부친이 의사였던 탓에 남들보다 한참 앞선 고등학교 때 배웠다고 한다. 그는 "(관료시절) 투수하면서 강속구와 커브를 잘 던졌다"며 "하지만 지금은 날아오는 야구공만 봐도 무섭다"며 웃었다. 농구도 선수급 실력이다. 한마디로 구기종목에 관해서는 만능스포츠맨이다. 지금은 등산을 더 즐긴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꺼지면서 권 대표가 몸담았던 다우기술이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김 회장을 따라 몇 번 산에 다녔던 것이 인연이 돼 이제는 취미로 발전했다. 그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을 때면 늘 산에 오른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가 간 무역규제 장벽이 사라지듯이 금융시장의 장벽도 아직은 공고해보이지만 앞으로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며 "10년이 걸려도 키움만의 차별화를 통해 이에 대한 준비를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공계 출신 증권사 대표에 대한 관심은 이제 그가 글로벌 시장에서 또 어떤 신화를 써갈지에 모아지고 있다.
●권용원 대표는
▦1961년 서울 ▦1984년 서울대 전자과 졸업 ▦1996년 MIT TPP석사 졸업 ▦1986~2000년 산업자원부 과장(기술고시 21회) ▦2000년 다우기술 부사장 ▦2004년 인큐브테크 대표 ▦2005년 다우엑실리콘 대표(겸직) ▦2007년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2009년~ 키움증권 대표
D램 개발·장비 국산화 시도등 반도체 신화 '숨은 주역'으로

■ 상공부 시절의 권용원 대표 지난해 해외에서 515억달러어치를 팔며 수출 1위에 오른 반도체 산업.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새로운 수출 신화를 쓰는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기술(IT) 강국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반도체 신화도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의 '숨은 공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권 대표가 반도체와 인연을 맺은 것은 25년전인 지난 1986년 7월. 첫 직장인 상공부에서 반도체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다. 당시 상공부는 기업들의 애로를 해결해주는 것이 주된 업무였기 때문에 타 부처와 늘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권 대표는 타 부처로부터는 '기업 앞잡이'라는 험한 소리까지 들어가며 일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공부라도 기업들의 애로를 제대로 해결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관련 부처를 찾아가 현안을 조율하고 협의를 반복하며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의 이 같은 이견조율 능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초ㆍ중ㆍ고등학교 때 반장을 놓치지 않았고 고등학교 때는 학생회장을 맡으면서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조율하는 법을 일찌감치 터득한 것이 밑천이 됐다. 상공부에서도 정부에 맞설 수 없는 '약자'인 기업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한 것도 어떻게 보면 숙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권 대표는 "상공부에 첫 부임했을 때 삼성전자가 64K D램을 본격적으로 양산하고 있었고 LG반도체(현 하이닉스에 피합병)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가 시장에 막 진입하려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는 일본의 NECㆍ도시바ㆍ히타치 등 6개 업체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던 시기로 전세계 D램 공급과잉으로 반도체 회사들이 무더기 적자를 보기도 했다. 권 대표는 삼성전자가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애를 먹을 때 다리를 놓아주고 개발자금이 필요하다고 요청할 때면 정부에서 정책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를 설득하기도 했다. 특히 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의 경우 민관 공동개발 형태로 유도해 성사시킨 것도 바로 권 대표였다. 권 대표는 반도체 업무 이후 ITㆍ중소기업ㆍ벤처 업무 등도 두루 섭렵했다. 그는 "DJ정부 초기에 벤처붐이 일었지만 사실은 벤처육성 방안 초안은 문민정부(YS정권) 마지막 해에 만들어졌다"고 회고했다. 권 대표는 "벤처업무를 맡을 동안에는 소위 벤처 1세대로 불리는 이민화ㆍ김형순ㆍ이홍순씨 등과 회의도 자주하고 그때마다 '으?X으?X' 하며 의기투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에도 그의 역할은 빠지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 장비는 중간 에이전트들이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구조로 90% 이상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에 그는 몇몇 에이전트를 설득해 반도체 장비 개발에 직접 뛰어들게 만들었고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그는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를 시도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 이후 국내 반도체 산업이 비약 성장했다는 점에서 그의 노력이 음으로 양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키움증권은 무점포 온라인 운영 'HTS 최강자'

업계 최저 수수료 등 고객부담 최소화 앞장 키움증권은 지점이 없다. 하지만 증권업 핵심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점유율에서 대형사를 제치고 6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실제로 브로커리지 점유율은 12%대로 2위의 7%대와 큰 차이가 난다. 특히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대중화시키는 등 HTS 분야에서는 그 어떤 증권사도 따라올 수 없는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자산 규모로는 중소형사로 분류되지만 그 누구도 키움증권을 중소형사로 보지 않는 이유다. 키움증권의 최대 장점은 투자자들과 밀착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증권사는 고객 부담 최소화 기치를 내걸고 지난 2000년 수수료를 업계 최저수준인 0.025%를 낮췄고 2009년에는 0.015%로 다시 낮춰 업체 간 '최저 수수료 경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키움증권의 한 관계자는 "무점포 온라인 운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이는 곧 고객부담 최소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온라인플랫폼 등 키움증권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키움증권 가입자 10중 6명은 지인의 소개로 가입할 정도로 무서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승장구하던 키움증권에도 위기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코스닥에서 소외되고 개인거래가 정체되면서 점유율도 제자리걸음을 해 성장 정체를 겪기 시작한 것이다. . 최근 키움증권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성장 정체의 해소방안을 해외에서 찾기 위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시장을 겨냥한 온라인 HTS인 '영웅문G'는 다음달 초 오픈 예정이고 동시에 현지 리테일 영업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주변의 베트남 등으로도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는 "동시 접속자 수 14만명, 일 최대 약정 4조원, 연간 약정 527조원(지난해 기준)이라는 기록은 세계적인 이커머스인 이베이의 연간 거래량과 비교해도 월등한 수준"이라며 "키움증권의 위상은 2000년대 정보기술(IT)붐과 인프라 등을 통해 우리나라가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시스템"이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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