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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탄소'같은 인재가 필요하다

몇 년 전 ‘산소 같은 여자’라는 유명화장품의 광고 카피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는 모델로 나온 탤런트 이영애씨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자사의 화장품 광고에 이용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말이었다. 산소는 이처럼 맑고 깨끗한 이미지로 인식돼있다. 반면 질소ㆍ산소와 더불어 우리 주변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탄소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탄소’하면 숯이나 석탄이 연상돼 산소와는 달리 더럽고 지저분한 느낌이 든다. 따라서 무례하고,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을 하는 롤링스톤즈와 같은 반사회적 표현을 하는 록커 등에는 ‘탄소와 같다'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해왔다. 숯이나 석탄 이외에도 탄소는 지구상에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흑연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연필심의 용도를 넘어서 높은 전기 전도율로 인해 전지의 전극, 알루미늄 전해 제련에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도 그 강도가 철사보다 높아 우주항공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모든 신부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보석인 다이아몬드는 탄소가 지하 150 ~200 km의 고온고압하에서 결정화한 것이다. 최근에는 탄소원자 60개로 이뤄진 축구볼 모양의 결정인 풀러렌의 발견에 이어 탄소나노튜브가 발견돼 미래를 바꿀 첨단 신소재로서 과학기술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석유ㆍ메탄가스 등 화석 연료는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다. 무엇보다도 탄소가 중요한 것은 모든 생명체가 탄소원자를 기본골격으로 하는 유기화합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이나 나무, 동물, 사람의 기본 골격을 구성하고 있는 것도 탄소이고 우리가 입고 다니는 옷도 탄소화합물이다. 그렇다면 탄소는 어떤 원소이기에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것에 포함돼 있을까. 탄소는 6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2개의 전자는 원자핵에 매어 있고 외곽에는 4개의 전자가 있다. 그런데 분자들은 외곽에 8개의 전자가 있어야 안정되므로 탄소원자들은 4개의 부족한 전자를 다른 원소들과 공유함으로써, 다시 말해서 다른 원소들과 결합함으로써 채우고자 한다. 즉 탄소는 다른 원소들을 붙잡는 4개의 팔을 가진 것과 같다. 탄소는 자신들끼리의 결합력도 매우 강해 그 결합 형태에 따라 흑연도 되고 다이아몬드도 된다. 그뿐 아니라 탄소 결합 사슬이 거의 무한대로 이어갈 수 있어 탄소에 탄소를 다양한 형태로 길게 잇고 그 사이사이로 또 다른 원소들이 무수히 결합해 복잡한 구조의 안정된 다양한 생체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탄소는 그 모습을 달리하며 각각의 특성을 없애지 않으며, 창조적 공존을 모색하는 원소다. 모든 문제를 흑과 백, 선과 악, 득과 실의 양 극단으로만 구분하고 중립적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편중된 사고방식이나 논리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 탄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분법적인 사고를 다원적인 사고로, 열린 관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탄소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남에게 양보하고 한걸음 물러서서 사물을 관찰하면 사고의 전환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창조적인 사고, 전략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최근 산업 간, 학문 간 융합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점차 개인의 능력만 뛰어난 사람들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적절한 화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기존 기술개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서 다학제 간 융ㆍ복합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순수하고 맑은 산소와 같은 사람, 다른 원소와 섞여도 결코 변하지 않는 고귀한 사람도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반만 채워져 있기에 그 나머지 반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유연한 사고를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 개인과 개인의 전문성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이나 다른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유연한 사고를 지녀 완전히 새로운 화합물을 창조할 수 있는 탄소 같은 사람이 사회의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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