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조직된 혁명가 집단이 건설했던 사회주의는 몰락했고 신자유주의를 내 건 세계 자본주의가 경쟁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적 가치로 자본주의를 통제할 수 있는 공동체적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시대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격변하는 시대의 양상을 조망하기 위한 인간의 지적 능력이 절실한 오늘날 한국의 지식인들이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좌표를 설정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의 ‘온 생명사상’을 시작으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의 ‘시장 전체주의’ 그리고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심미적 국가’ 등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나눈 대담을 통해 책은 우리 삶에 대한 전망과 혜안을 소개한다. 장회익 교수는 주역과 실학의 과학사상 그리고 물리학 이론을 접목한 ‘온 생명론’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움직이는 현대 자본주의 문명이 인간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며 “과학의 눈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인간의 가치관과 연결되고 사회제도와 만나 더 큰 하나가 되는 것이 제대로 된 과학문화”라고 강조한다. 진보적인 정치 학자인 최장집 교수는 한국사회가 민주화된 이후 집권한 민주정부의 사회 기여도가 부정적이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정당체제가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대담을 통해 정당체제의 제도적 정착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하는 데 기장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도정일 교수는 정치ㆍ경제적 민주화의 전제조건으로 문화적 민주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김우창 교수는 그의 대표적인 이론적 개념인 ‘심미적 이성’과 ‘구체적 보편성’을 시작으로 민주주의와 자유의 근본적 의미, 민족주의와 통일문제, 그리고 심미적 국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담은 각각 정정호 중앙대 교수, 임지현 한양대 교수, 여건종 숙명여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대학원 지역학 협동과정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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