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하이원컵 SBS채리티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올렸던 서희경(22ㆍ하이트). 바로 다음 주 KB국민은행스타투어 3차전에서도 정상에 오르더니 지난 13일 중국 빈하이오픈에서도 우승했다. KLPGA에서 3주 연승 기록이 나온 것은 1996년 박세리(31), 1997년 김미현(31ㆍKTF)에 이어 11년만의 일이다. 얼떨떨했던 첫 승과 막판 주춤거렸던 2승째와 달리 이번에는 5타차의 완벽한 우승(합계 9언더파 207타)이었다. 도대체 서희경은 어떻게 이렇게 달라졌을까. 우승 당일 귀국해 추석을 보낸 뒤 15일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던 그는 “그냥 예전처럼 서희경 일뿐인데 11년만의 기록을 세웠다니 얼떨떨하고 당황스럽기까지 하다”면서도 3주를 내리 우승으로 장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짚어냈다. “작년에도 같은 골프장에서 대회를 치렀거든요. 그런데 연습 라운드 때 코스가 하나도 기억 나지 않았어요. 그 때 공동 59위를 했는데 벙커에 빠지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계속 벙커에 빠져 당황했던 생각만 나요. 올해는 페어웨이도 넓어 보이고 여기저기 다 눈에 들어 오더라구요.” 그는 일단 첫 승을 한 뒤 ‘빨리 우승해야 할 텐데’라는 조급증에서 벗어났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마지막 라운드 때 플레이하는 방법을 깨달은 것 같다”고 했다. 오지도 않은 위기를 걱정하다가 막상 닥치면 당장 거기서 벗어날 생각에 발버둥치고 기회가 와도 살리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부터 하던 것이 ‘우승 못하던 서희경’이었다면 위기가 왔을 때 누구나, 또 언젠가는 한번씩 이런 일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차분하게 생각하고 기회를 잡으면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3주 우승한 서희경’이라는 설명이다. 우승하는 방법은 ‘기회든 위기든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로 해석됐다. “막판에 무너지곤 했던 아마추어 시절부터 생각하면 마음 바꿔 먹는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그는 “그게 얼마나 힘든 지 너무나 잘 안다”면서도 “하지만 한번 넘고 나니까 왜 그렇게 어려웠나 싶다”고 말했다. 서희경은 또 “예전에 신지애 선수를 보면서 어떻게 웃으면서 경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젠 내가 웃고 있다”며 “경기를 즐긴다는 게 어떤 것인지 조금 알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도 이전에는 선두권에 나서면 바짝 긴장하는 게 보이더니 요즘은 편해 보여 따라다니기도 좋다고 하신다”고 덧붙였다. 또 “언제 이렇게 됐는지 나도 모르겠다”면서 “서두르지도, 낙담하지도 말고 꾸준히 연습하면서 기다리면 누구나 이런 기분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서희경은 “당초 목표했던 시즌 3승을 달성해 올해 목표를 5승쯤으로 늘려 잡고 싶다”면서 “일단 상금왕 등 국내 최고 자리에 오른 뒤 외국 진출을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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