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사람들의 개인적 특성에 돋보기를 들이대, 중국식 자본주의의 본질적 힘까지 통찰한 책이다.
3여 년간 홍콩 특파원으로 일한 20년 차 베테랑 기자는 중국 경제발전의 뿌리를 찾기 위해 '돈'을 종교처럼 섬기는 중국 남부 사람들에게 주목한다. 미국과 더불어 중국이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G2로 성장하는 데에는 경제력, '돈'의 힘이 있었고 이 경제력은 중국 남부에서 나왔다고 전제하는 것. 그리고 이들을 '내 것(사유재산)'을 보장하는 체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스스로 재산을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올인'하는 '자본주의적인간'으로 칭한다. 사회주의 중국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개념임에도 중국 남부 사람들 특유의 경제관념과 행태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왜 중국 남부에 부자가 많고 경제력이 집중된 것일까. 저자는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정책에서 이유를 찾는다. 1949년 공산정권 수립 이후 30년 동안 경제정책 실패로 수렁에 빠졌던 중국은 5대 경제특별구역(선전·주하이·광둥성 산터우·푸젠성 샤먼·하이난성)의 활약으로 연평균 10%가 넘는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다. 덩샤오핑은 영국의 식민지로 이미 고도의 경제발전을 이루고 자본도 풍부했던 홍콩을 경제발전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홍콩과 가까운 중국 남부에서 개혁개방 실험을 단행한다. 결국 덩샤오핑의 구상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 홍콩과 광둥성에 기반을 둔 기업인 상당수가 '슈퍼리치'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중국 남부 지역의 현재 발전사항과 정책을 소개 하며 오늘의 중국, 내일의 중국을 점쳐보기도 한다. 특히 저자는 '주장삼각주'에 주목한다. 광저우를 꼭지점으로 남동쪽으로 홍콩, 남서쪽으로 마카오까지 부챗살 처럼 퍼져 있는 이곳은 세계 10대 항만 중 세 곳이 있을 정도로 명실공히 남부경제의 중심지다. 저자는 "'지역균형'이라는 명분으로 중앙행정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등 핵심도시의 힘을 분산시키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주장삼각주는 '통합'과 '몸집 불리기'라는 키워드로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폴리이스이자 단일 경제권을 만들고자 한다"며 "선택과 집중으로 뉴욕과 런던 등 세계적인 거대도시 경제권과 경쟁해 중국 경제발전을 이끄는 기관차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주장삼각주 메가폴리스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 GDP와 비슷한 규모의 경제권이 탄생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위상을 위협하는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이 지역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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