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경제규모가 커지면 외채도 함께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고 원화채권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해외투자가 몰리는 것이나 정부의 지속적인 단기외채 감축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외채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른데다 유로존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어느 때보다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다. 외국인 채권투자나 대출 등을 통해 조달한 외채규모가 전체의 85% 정도에 달한다는 사실은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채투자는 장기라고 하지만 만기 이전이라도 언제나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2009년과 2010년 각각 13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 390억원이나 불어났다. 올 1ㆍ4분기 증가액만도 13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주로 외국인 채권투자가 급증한데다 국내 은행들이 적극적인 외화유동성 확보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은행들의 주요 조달원이 유럽계 금융회사 차입이라는 불균형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또한 공공과 민간부문에 걸쳐 불요불급한 투자계획이 외채수요를 지나치게 늘리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국내 은행들의 외채상환 능력이 오히려 악화될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유럽 위기로 글로벌 자금흐름에 혼란이 빚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와 중동으로 자금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외채 만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펀더멘털이 양호하다고 강조만 할 것이 아니다. 외채에 대한 대비는 미련할 정도의 우직함이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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