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를 흔들고 국가 이미지마저 실추시킨 윤창중 사태에는 박근혜 정부는 물론 5년, 10년 후 새 정부가 출범해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이 적지 않다. 여야 정치인과 정치 전문가들은 일제히 “대통령이 ‘나 홀로’ 통치 스타일을 벗고 여론을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당이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면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집권 초기 청와대의 인사와 업무ㆍ보좌 시스템에 대한 상시적 점검을 통해 허점은 없는지 촘촘히 챙기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창중 사태로 불거진 최근 난맥상의 배경에 대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생각의 문제”라고 단언하며 “지금의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인사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다고 해도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도 “대통령이나 권력실세가 인사 시스템을 뛰어 넘어 행동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안하무인’격인 인사가 또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춘추관장을 지낸 김현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이 해외순방 중 개인활동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이 총애하는 인사니까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나 홀로 수첩인사’가 없어져야 매뉴얼과 관례를 무시하는 측근이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여당이 여론을 잘 수렴해 청와대에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인사에 관해서는 청와대보다 여당이 민심을 잘 반영할 수 있다”며 “당청 관계가 느슨하고 소극적이었는데 인사 문제 등에서 ‘할 말은 하는 여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도 “당이 좋은 인재를 많이 추천하고 청와대의 검증절차가 잘 작동하는지 체크해야 하며 특히 지도부가 언제든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는 물론 당청협의, 여야 영수회담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제대로 된 여론을 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이 ‘집단지성’ ‘여론’을 신뢰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번에 큰 일을 겪었지만 쉽게 바뀐다고 장담할 수 없으므로 계속 문제를 제기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윤창중 사태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보고 및 보좌ㆍ업무 매뉴얼 등의 문제는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대변인의 지위와 역할로 볼 때 이번 순방 중 생긴 차량이나 숙소ㆍ음주 문제뿐 아니라 수행을 놓고 다툰 일 등은 개인의 일탈로 볼 수만은 없다”며 “청와대의 공직기강뿐 아니라 업무 전반의 적합성, 보좌 시스템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소장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견제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이라며 “청와대 비서실 내부에서 상시적으로 견제∙감시 관리할 수 있는 체제와 분위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매뉴얼화된 보고체계는 이미 청와대에 있는데도 숙지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며 “수시로 회의하고 교육해 매뉴얼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가안보와 경제에 윤창중 사태보다 훨씬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가 언제든 생길 수 있는데 다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빈틈없는 점검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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