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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적극적 개헌논의 진행을

어제는 쉰여덟번째 맞은 제헌절이었다. 지난해에 바뀐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헌법 제정을 기념하여 그동안 공휴일로 지정돼 있던 제헌절이 오는 2008년부터는 국경일이 된다.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로서 제헌절이 갖는 의미는 어떤 국경일 못지않게 깊고 크다. 매년 맞이하는 제헌절마다 생각과 마음의 다짐이 같을 수만은 없다. 헌법 질서가 속절없이 유린당했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가까스로 평온이 유지됐던 때도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실망과 분노와 안타까움이 교차하고는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회고와 전망과 다짐이 필요하다. 헌법,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야 우선 지난 48년 헌법을 만들 당시에 독립이라는 가시밭길을 헤쳐나온 우리들이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에 대해 가졌던 감격과 환희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제헌절이 갖는 의미는 정부 수립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것을 넘어 헌법은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 규범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지켜지고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법치 질서는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 의존하게 될 마지막 보루다. 여기에 더해 이와 같은 우리의 법적 기본 질서를 시대적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그리고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잘 가꾸고 다듬는 일 또한 추호의 소홀함도 허용되지 않는 우리의 과제다. 나라의 근본적인 사항을 정하는 헌법이 자주 바뀐다거나 그 해석이 지나치게 변화무쌍하다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반면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화하는데도 불구하고 헌법을 불변의 것으로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질서와 제도가 우리 사회의 갈등과 정치적 투쟁을 해소하기 어렵고 현실과 규범이 현저하게 괴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왜곡된 헌법사에 고착돼 새로운 대안 모색을 회피하는 것 역시 정도는 아니다.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이런 측면에서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혹자는 새로운 헌법의 제정에 가까운 전면 개정안을 거론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개헌의 실질적 주체인 여야의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개정하자는 단계적 개정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헌법의 개정 방식에 대한 주장은 매우 다양하다. 개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단순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서부터 영토조항이나 경제조항을 포함해 기본권에 이르기까지 혼란스럽다고 할 정도로 복잡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이나 국민들의 단일한 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시점에서 경계해야 할 일은 합의가 어렵거나 개헌 논의가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시도해보지도 않고 이를 회피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헌법 개정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문제와 필요한 내용에 대한 합의가 결과적으로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과제다. 정치적 이해로 논의 회피 안돼 21세기의 민주화된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로 개헌 문제의 논의 자체가 봉쇄되거나 회피되는 것은 민주적 법치국가의 헌법 질서와는 거리가 멀다. 제헌 58주년을 맞이한 지금,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게 될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한 단계 나은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합의에 바탕을 둔 합리적 사고와 그것이 제도화된 질서체계를 통해 우리가 이뤄가야 할 바람직한 사회를 건설해내는 것이야말로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장 유망한 경쟁력이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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