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봉덕리 고분군은 총 4기의 분구묘(墳丘墓·흙이나 돌로 봉분과 같은 분구를 먼저 조성하고 이후 매장시설을 안치하는 무덤양식)로 이뤄져 있으며, 이번에 사적으로 지정된 고분은 발굴조사가 완료된 1호분과 정밀지표조사, 정밀실측이 이뤄진 2호분이다. 서로 맞닿아 있는 1호분과 2호분은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육안으로도 그 형태가 뚜렷이 확인된다. 특히 1호분은 동서 약 70m, 남북 약 52m, 최고 높이 약 9m에 달해 전북 지역 최대의 분구묘로 꼽힌다.
봉덕리 고분군은 자연구릉의 경사지를 깎아 땅을 고른 후 방대형(方臺形·네모진 평면에 윗면에 평평한 형태)으로 기본 형태를 조성하고 그 위에 석실을 만든 후 흙으로 봉분을 쌓은 형태다. 또 1호분과 2호분의 경계지점은 대규모 자연구릉을 굴착해 조성했다. 이러한 고분 축조방법은 영산강 유역을 비롯한 마한·백제 지역에서는 현재까지 확인된 적 없는 매우 독특한 사례다.
아울러 4호 석실에서는 화려함이 돋보이는 금동 신발과 함께 중국제청자반구호(중국제 청자로 된 주둥이가 접시처럼 생긴 항아리), 소호장식유공광구호(작은 항아리로 장식된 구멍 뚫린 입 넓은 항아리) 등 다량의 유물이 출토돼 봉덕리 고분군의 축조세력이 당시 고창지역의 최상위 계층임을 알 수 있게끔 한다.
문화재청 측은 “묘제의 양상과 출토 유물 등으로 판단할 때 고창 봉덕리 고분군은 5세기를 전후한 시기의 백제 중앙과 지방과의 관계는 물론, 당시 중국·왜 등과의 대외 교류를 포함한 국제 관계를 살펴볼 수 있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며 “앞으로도 전북 고창군과 협업해 사적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