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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잠식당한 정치자본
입력2004-11-30 17:34:47
수정
2004.11.30 17:34:47
뉴욕 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특파원 칼럼] 잠식당한 정치자본
뉴욕 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뉴욕 서정명특파원
뉴욕 월가(街)의 기관투자가들은 한국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고 향후 성장성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1월 중순 10명의 한국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했다.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과 금리정책ㆍ환율전망 등 8개의 질문사항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답변을 주었던 외국인투자가들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언급을 회피했다.
올해 5% 성장률 달성마저 힘들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는 경기전망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이들 투자가들이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얘기하기에는 심적부담이 컸을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기관의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 정부, 대기업과 공동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한국경제 신용등급을 맡고 있는 존 체임버스 이사는 노무현 정부는 경제보다는 정치ㆍ사회적인 문제에 비중을 두고 있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극구 회피했다.
한국 국민들은 낡은 정치청산과 중산층 중심의 경제비전을 제시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의 기회를 주었고 혹시 추진력이 약한 것은 아닐까 우려해 4ㆍ15총선을 통해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과반의 자리도 안겨주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국민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정치자본(Political Capital)’을 얻은 셈이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정치자본을 이용해 감세와 국영기업 민영화,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 과감한 경제개혁으로 유니언잭 경제부흥의 기초를 다졌다.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북극곰 경제에 시장주의 바람을 불어넣었고 중국 지도자들은 시장개방과 자본주의 경제로 국민들을 인도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이 준 정치적 자본을 확대 재생산해 경제적 자본까지 창출, 이를 다시 국민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럼 우리는 어떠한가. 현 정권의 리더십 부재와 국정운영 미숙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고 집권여당은 야당과의 싸움과 내부갈등에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이다.
국민들이 선사한 정치적 자본을 활용해 더 큰 혜택을 국민들에게 안겨줄 생각은 하지 않고 기존 정치자본을 갉아먹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등 따스하고 배부르게 지내도록 경제자본을 창출해달라는 국민들의 바람과 소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야당이 국정현안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서” “국제경제 변수가 너무나 예측하기 힘들어서” 등등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기보다는 이제부터라도 잠식당한 정치자본을 회복하고 경제자본을 새로 창출하기 위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 2004-11-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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