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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의 기초가 된 것은 꾸준한 경제교류였다. 동·서독은 지난 1949년 각각의 정부를 수립한 직후 '프랑크푸르트협정'을 맺어 경제교류를 위한 지불 방법 등을 결정했으며 2년 뒤 '베를린협정'을 통해 상품거래·용역거래 등에 합의했다. 반면 남북의 경제교류는 오히려 북중 무역량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남북교역 규모는 약 11억달러로 북중 무역액인 65억달러에 비해 18% 수준이다. 특히 대북 신규 투자를 금지한 5·24조치 이후 교역액이 급감하고 있다.
◇드레스덴 이후 떠오르는 남·북·러, 남·북·중 경협=드레스덴 구상 이후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해외 국가들과 함께 투자하는 형태의 경협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5·24조치를 우회해 북한과 경제교류를 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경우 북한과 러시아가 공동개발에 합의하고 한국은 러시아를 통해 간접 투자를 하기로 했다. 정부는 "간접투자 방식은 5·24조치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며 우회 참여를 허용했다. 컨소시엄 3개사 관계자들은 지난달 11일 방북해 1차 현장시찰을 하기도 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하산과 북한 나진항 사이 54㎞에 이르는 철로를 개·보수하고 복합 물류 사업 등을 벌이는 프로젝트다. 정부는 이에 더해 부산과 나진항 간 해상루트를 발굴해 부산~나진~하산~유럽을 잇는 물류 루트를 만들 계획이다.
남·북·중 협력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의주를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사업을 추진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발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아직 구체적인 추진 사업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개성~신의주 복선 고속철도 사업 투자 △포스코 훈춘물류단지 건설 사업 △황금평 및 위화도 특구 진출 등이 거론된다.
이밖에 박 대통령은 이번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5·24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모자 패키지 1,000일 사업'과 복합농촌단지 조성 사업 등을 제안했다. 북한의 교통·통신 등 인프라 건설에 정부가 참여하는 방안은 5·24조치에 해당하지만 박 대통령이 '신뢰가 쌓이면'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시행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화' 발도 못 뗀 금강산 관광, '국제화' 관문 남은 개성공단=반면 남북 경협의 가장 대표적인 사업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현재 각각 '정상화'와 '국제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박왕자씨 피격사건 이후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금강산 관광을 위해서는 북한에서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동결 조치한 기업 재산권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먼저 재개 움직임을 보이기는 무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이 금지하고 있는 '벌크캐시(Bulk cash·대량 현금)' 조항에 위반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도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조업중단 사태를 겪은 개성공단의 경우 같은 해 9월 재가동한 후 123개 기업이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국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남북한이 공동으로 외국 투자가들을 상대로 열기로 했던 개성공단 투자설명회가 무기한 연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1월1일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성공단의 국제화가 진전되려면 5·24 조치 등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가 필요하다"며 "외국기업의 개성공단 투자는 5·24조치와 충돌하지 않지만 국내 기업의 신규 투자는 충돌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발전을 위해 5·24조치 해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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