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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사실상 항거불능 입증해야" 도가니법 다시 논란
입력2011-11-04 18:08:30
수정
2011.11.04 18:08:30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장애아동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흥행하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일명 '도가니법'이 오히려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들을 불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국회가 여론에 휩쓸려 성급하게 법안 처리를 진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핵심은 '항거불능'에 있다. 항거불능은 반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난 2008년 도가니 사건 당시 청각장애 2급이었던 박모(당시 13세)양에 대해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며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도가니법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의 근거가 돼왔던 항거불능 요건을 삭제하고 처벌수위를 최대 무기징역까지 높일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항거불능'이라는 단어만을 삭제했을 뿐 '형법상 강간죄(제297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 및 협박 사실이 인정돼야 성립하기 때문에 결국 성폭력 피해자가 폭행 또는 협박을 당해 반항하기 어려웠다는 사실, 즉 항거불능을 입증해야 한다.
또 형법상 준강간죄(제299조)를 개정안에 새로 도입했다. 이를 적용하면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만이 준강간죄의 처벌 대상이 된다.
결국 장애로 저항이 곤란해져 가해자가 특정한 위계∙위력이나 폭행∙협박 없이도 성폭행이 가능한 경우 이를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지성 장애여성공감성폭력상담소장은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존 성폭력 특례법에서 항거불능의 기준을 넓게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조항 자체가 사라진 것"이라며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고민 대신 가해자 처벌 강화에만 목적을 뒀다"고 비판했다.
형량이 높아진 것도 또 하나의 문제로 지적된다. 황 소장은 "형량이 높아지면 피해자의 장애정도, 범죄성립 요건 등을 (법원에서) 더욱 엄격하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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