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중 처세어록 ■정민 지음, 푸르메 펴냄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인 청성(靑城) 성대중(成大中ㆍ1732~1809)은 박제가, 이덕무 등과 같은 시대에 활동하며 뛰어난 시문으로 두각을 보였던 문인이다. 영조와 정조에게 학문적 능력을 인정 받아 규장각의 각종 편찬사업에 두루 참여하고 일본 통신사 수행 서기로 일본에 가서도 인정 받은 문장가였지만 서얼이라는 신분적 굴레 때문에 벼슬은 고을 수령 정도에 그쳤고 자신의 역량을 만개하지는 못하고 잊혀졌다. 이 책은 한양대 정민 교수가 그가 남긴 명문 중 처세에 관련한 내용을 10개 주제 120개 항목으로 간추린 것. 저자는 “세상이 어지러워 덩달아 헝클어진 마음을 추스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성대중은 처신함에 있어 “나아갈 때는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물러날 때는 남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고 분별력에 관해서는 “나약함은 어진 것처럼 보이고, 잔인함은 의로움과 혼동된다. 욕심 사나운 것은 성실함과 헛갈리고, 망녕됨은 곧음과 비슷하다”고 일깨웠다. 그의 문장은 대구 형식을 빌어 보여주는 촌철살인이 묘미다. 명문에 곁들여진 단상들에는 세상을 꿰뚫은 성대중의 깊은 안목과 식견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만큼 글귀의 진면목은 행간에 숨은 옛 선비의 마음을 헤아려야 더욱 깊이 음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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