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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개방 이후 20여년 만에 G2의 위치에 왔고, 2020년이면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전체평균으로는 1인당 국민소득 5,000 달러 수준이지만, 2만 달러 이상 벌어들이는 국민 수가 2억명에 달한다. 향후 30년이 가장 중요하다. 급성장하는 중국의 이웃에 있는 우리나라의 갈 길을 모색해보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썼다."
신간 장편소설 '정글만리'를 출간한 조정래(70ㆍ사진) 작가는 1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품 집필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작가는 이번 집필을 위해 총 8번 중국을 다녀왔고, 2년 전에는 한 달여간 주요 대도시를 훑었다.
그는 "14억명 중국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97%가 이미 진출해있고, 현재 한국의 대외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27%, 미국ㆍEU가 16~17%, 일본 6% 정도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붙어있는 우리 삶이 향후 어찌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1970년에 등단해 '태백산맥'(700만부 판매), '아리랑'(350만부), '한강'(250만부)으로 이어지는 대하소설을 잇달아 내놓으며 문단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정글만리'는 지난 3월말부터 석달간 네이버를 통해 연재한 것으로, 경제대국 중국에서 한국ㆍ중국ㆍ일본ㆍ미국ㆍ프랑스 등의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제전쟁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소련이 붕괴된 후에도 중국이 건재한 이유에 대해 "그들은 중국적 사회주의가 아니라 '중국적 자본주의'를 갖고 있다. 세금 20%만 내고 나머지 개인 수익을 인정하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인정하면서 중국이 바뀌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공산당 1당 독재일뿐, 나머지는 모두 자본주의"라고 분석했다.
현지에서 한국기업의 성공 가능성은 높게 평가했다. "중국에 미국ㆍ독일ㆍ일본 등 글로벌 업체가 대부분 진출했지만, 통역 없이 영업이 가능한 건 한국 상사원들 뿐이다. 영어가 전부인 것 같지만 그 사용인구는 겨우 7억명 정도로 중국 인구의 반도 안된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ㆍ뉴질랜드 등을 예로 들며 공창제도(국가의 허가 아래 매매춘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작가는 "지난 노무현 정권 때 집창촌을 없앴는데, 결국 음성화ㆍ지하화됐을 뿐이다. 10년 전 대비 성폭력은 더 늘어났다. 공창제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안될 규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다. 사회에는 쉽게 단순화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이를 묵인하는 태도를 취하는 중국 수준의 테크닉은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문단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최근 소설들을 읽어보면 화자가 모두 1인칭이다. 장편을 쓰면서 어떻게 '나'를 주인공으로 할 수 있나. 장편에서는 주인공이 많고 그 관계가 다층적으로 엮어진다. 1인칭 '나'가 빠지면 소설이 불구가 되는 구조가 결국 소설 독자들을 줄였다. 스마트폰 같은 최신 IT기기 때문에 방해 받고 있다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가들이 객관적ㆍ3인칭 소설을 쓰지 않은 병폐가 가장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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