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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기 왜 왔어, 빨리 가!


'성추행 의혹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 임명을 받고 나서 자신이 메모용으로 산 대학노트에 네 가지 공직자로서의 신조를 적어놓고 이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첫째 국가와 박 대통령에게 충성한다. 둘째 윤창중 스타일대로 한다. 셋째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넷째 재물을 탐하지 않는다. 마치 조선시대 청백리의 자기다짐 같은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성추행 사건이 나고 그의 노트와 일상은 초등학생들마저 비웃는 누더기가 됐고 그의 다짐은 그야말로 빈말됐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변명과 자기합리화로 가득 찬 기자회견에서 미국 순방 기간에 미국교포 여성 인턴이 자신의 호텔 방을 찾았을 당시에 대해 "전화로 피해 여성을 부른 사실이 없고, 노크 소리에 방문을 열어보니 피해 여성이 있어서 '여기 왜 왔어, 빨리 가'라고 하고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그날 사건의 진실은 미국 경찰의 추가 조사를 지켜볼 일이다. 온 나라가 '윤창중 스캔들'로 몸살을 앓는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하루라도 빨리 밝혀지는 것이다. 그 열쇠는 윤 전 대변인이 쥐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잘못한 것이 없으니 미국에 남아 조사를 받겠다"고 이남기 홍보수석에게 말했는데 이 수석이 귀국을 종용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도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만찬에서 "한국 경찰이 (조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에 수사 의뢰를 했고 가능한 한 답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옳으니 그르니 공방하는 것보다는 거기(미국)서 냉정하고 공정하게 빨리 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이 아직도 국가와 박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마음이 남았다면 미국에 가서 조속히 조사받아야 한다. 자신을 믿어주고 발탁해준 박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도 생각한다. 국민도 그에게 묻고 있다. "여기 왜 왔어, 빨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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