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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승패 없는 감세논쟁

감세(減稅) 논쟁이 정치권의 대형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여야가 경제정책 방향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은 정책 대결로 국민 심판을 받는 정치권의 본령으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권의 감세 논쟁은 그 중요성에 비해 때늦은 느낌도 없지 않다. 야당의 감세론과 여당의 재정 확대론은 경기 처방의 차이기도 하지만 멀리 보면 상반된 국가 경영론과 연결되는 까닭이다. 감세론은 재정 지출 축소를 바탕으로 ‘작은 정부’를, 재정 확대론은 증세를 통한 ‘큰 정부’를 각각 지향하고 있다. 정치권의 감세 논쟁을 정당간 이념 논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권력 쟁취를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집권 후 국가 경영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미리 공론화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처럼 중차대한 의제는 양측간 공방이 오가면서 본령을 벗어나는 듯하다. 상대방의 주장에 아예 귀를 막고 있다. 남의 정책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모습에서는 혹시나 하는 바람이 이내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뀐다. 여야간 공격 논리가 타당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9조원 감세에 대해 ‘포퓰리즘’ ‘2%를 위한 정치’라고 폄훼한다. 여대야소구도였던 지난해 경기 진작을 명분으로 감세 중심의 세제개편안을 통과시킨 장본인은 다름아닌 여당이다. 소득세율을 1%포인트 인하했고 야당이 요구한 법인세 2%포인트 인하도 수용했다. 이런 주장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를 위한 정치’라면서 감세를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그럼 야당은 어떤가.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도 세수가 모자라는 마당에 감세 카드를 꺼낸 것은 요즘말로 생뚱맞다. 야당의 안대로 예산 10조원을 깎아도 9조원의 감세는 빚을 내서 빚 갚는 악순환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늘어나는 재정 적자를 질타하는 이중잣대를 들이댄다. ‘나라 곳간을 우리가 관리했나’라며 나 몰라라 하는 격이다. 말끝마다 ‘세금 폭탄’ ‘폭정의 정치’ 운운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감세가 나은지 재정을 확대하는 것이 옳은지 두부 자르듯 가려낼 수 없다. 둘 다 선택 가능한 정책이고 어느 것을 택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래서 논쟁의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 없으며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정당의 정체성뿐이다. 지난주 말 시작한 양측간 방송 토론이 한동안 지속될 모양이다. 승패 없는 게임인데도 승부에 집착, 상대방 주장을 깎아내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모처럼의 정책ㆍ이념 대결이 정쟁이라는 과거의 틀로 되돌아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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