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추진하는 완성차 4사 노조의 지역지부 전환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노동계에서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완성차 노조들의 입장을 감안할 때 지역지부 전환이 무산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민주노총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최근 중앙위원회를 열어 완성차 4사 노조의 지역지부 전환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했으나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금속노조는 다음달 말 중앙위원회를 다시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006년 12월 금속노조 산별 완성 대의원대회에서 완성차 4사는 오는 9월 말까지 현재의 기업지부에서 지역지부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 정규직 위주에서 벗어나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아우르는 진정한 노동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지부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약속한 시점이 다가오자 완성차 노조들은 지역지부로 전환할 경우 교섭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먼저 이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국에 산재한 판매ㆍ정비 부문이 지역지부로 들어갈 경우 조직의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현대차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지역지부 전환은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판매ㆍ정비 부문의 조직력 약화 문제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이 지역지부 전환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기득권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수근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기업지부로 있을 때는 정규직 위주의 조합원 중심으로 노조가 움직이지만 지역지부로 가면 비정규직 등을 포함한 지역 조합원 중심으로 바뀌기 때문에 완성차 노조원들이 손해를 본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지부는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이 동일 지역에 있을 경우 하나의 지부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사업장과 관계없이 한 지역지부에 속하게 된다. 대개 지역지부에는 중소업체나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많기 때문에 기존 기업지부의 노조원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노동계에서는 지역지부로 전환될 경우 교섭권도 내줘야 되고 비정규직 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의 조합원들과 같은 조건이 되는 등 실리 면에서 손해가 커 완성차 노조들이 쉽게 전환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를 포기하기 힘든 만큼 지역지부 전환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계속되는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는 민노총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