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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시장, 봄바람 살랑살랑

양재동 화훼공판장, 졸업·입학 특수<br>품종·질따라 경매 시작가격 제각각<br>하룻밤 5억원어치 14만속 꽃 거래


"이~입~낙찰~." 대한민국 '화훼시장 1번지'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 봄이 찾아왔다. 24일 새벽. 꽃 경매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봄을 깨운다. 꽃봉오리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싱싱한 백합이 주인을 찾았다. 갓 잘라낸 줄기 끝에서 봄 내음이 올라온다. 백합의 뒤를 이은 연분홍빛 장미는 고운 빛깔과 매혹적인 향기로 도매상들의 마음을 끌었다. 이들 백합은 조천에서, 장미는 용인에서 밤바람을 가르고 올라왔다. 화훼공판장은 1년 내내 꽃이 거래되지만 입학과 졸업이 겹친 2월과 3월은 계절적 특수와 맞물려 거래량이 유달리 많다. 요즘이 한 해의 대목인 셈이다. 화훼공판장의 한 관계자는 "2월과 6월 사이 한해 물량의 절반가량이 거래된다"고 귀띔한다. 0시 정각에 맞춰 시작하는 절화(cut flower)경매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꽃들이 주인공이다. 품종과 질에 따라 경매 시작가격이 제각각 달라진다. 절화 경매는 장미ㆍ백합ㆍ카네이션 등을 판매하는 A라인과 안개꽃ㆍ편백 등을 취급하는 B라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광판에서 가격과 출하된 물건을 확인하고 원하는 가격에서 입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전자식으로 진행되는 경매는 대략 3~4초 만에 결판이 난다. 이날 경매에 참여한 중도매상들은 130여명. 경매가 막바지로 치닫자 곳곳에서 "아~" 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모두가 경매 시작 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물건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상인들의 탄식이다. 낙찰된 물품은 대차에 실려 경매장 뒤편에 위치한 꽃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200여개의 점포가 줄지어 있는 생화 도매시장에서 15년간 가게를 운영해온 A씨는 "날이 풀리니까 사람들이 꽃을 많이 찾는다"며 "경기가 안 좋아서 졸업 특수도 그냥 지나가나 했는데 이번주 말에는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지난 1991년부터 지금까지 야간 경매장을 지켜온 권영규 경매실장은 "봄을 느끼려면 꽃 만한 것이 없다"면서 "꽃을 고를 때는 색이 분명하고 잎이 싱싱한 것을 고르고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속에서 꽃 가지를 비스듬히 잘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장미 같은 꽃을 선물로 받았다면 잘라진 꽃 줄기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에 보관하고 깨끗한 물로 자주 갈아주면 좋다"고 덧붙였다.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는 하룻밤에 5억원어치, 14만속의 꽃이 거래된다. 한 해 거래규모는 8,600억원에 이른다. 화훼공판장 바로 옆에 위치한 생화 도매시장은 소매상뿐 아니라 품질 좋고 저렴한 꽃을 사려는 일반인들도 자주 찾는다. 꽃송이를 '속'단위로 파는 이곳은 자정부터 오후1시까지 열린다. 일요일은 휴무. 집에서 가까이 두고 볼 작은 화분이나 난을 사려면 오전7시와 오후7시 사이에 분화온실시장을 찾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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