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중국의 세 번째 무역상대국이며 연간 600억달러 규모의 무역흑자를 내는 이점을 살려 위안화 거래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며 홍콩 등 중화권의 역외 허브와의 차별화 방안에 대해 질의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의 방한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중국과의 경제 분야 협력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샌즈 회장은 "위안화 거래 활성화 정책이 한국 금융산업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이 중국과의 제조업 교역·투자 규모가 매우 크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최대규모의 채권시장을 갖춘 장점을 활용하면 차별화된 역외 허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샌즈 회장에게 금융규제개혁 정책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금융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진입·상품개발·자산운용 등 영업행위 전반에 대한 규제를 국제기준에 맞게 개혁해 국내외 금융기관의 영업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며 "여기에 SC그룹 등 외국계 금융기관의 의견도 적극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샌즈 회장은 "한국의 경우 제조업은 국제화가 많이 진전돼 있는 반면 금융산업은 국내시장 지향적이라 제조업과 금융의 간극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박 대통령께서 추진 중인 금융규제개혁을 통해 국제화가 진전될 경우 기업 부문의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또 박 대통령은 "한국 경제는 기존의 요소투입 중심, 추격형 성장모델에서 벗어나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창조경제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금융도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담보와 보증보다는 기술과 지식재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대출은 물론 투자방식으로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샌즈 회장은 여기에 동의하면서 "경제의 중심이 혁신과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이행됨에 따라 무형자산·지식재산을 평가하는 문제는 전세계 모든 금융기관들이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언급하고 "금융 당국과 은행 등 금융기관이 함께 협의해나갈 경우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샌즈 회장은 이 자리에서 SC그룹의 한국 철수설을 적극 해명했다. 그는 "(SC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추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그럴 의사가 전혀 없다"며 "한국에 동북아 지역본부를 설치해 한국뿐 아니라 일본·몽골 시장까지 포괄하는 동북아 지역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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