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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곡초등학교의 김상우(13)군은 어렸을 때부터 책과 뉴스를 꾸준히 봐왔다. 선생님과 부모님 모두 수학 문제집이나 기출문제를 푸는 것보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수학적 사고력과 상식을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김군의 선생님과 부모님은 김군이 수학 동화, 수학 역사서, 수학자 이야기 등 수학에 관련된 독서를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원 높은 수학 지식들이 쌓이게 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도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김군은 "평소에 수학 관련 책을 많이 읽었더니 영재교육원 면접에서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군은 올해 강남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에 합격했다.
14일 교육전문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초등 수학 교육방법이 직접 설명하고 표현하는 사고력 활동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학은 다른 과목과 달리 기호ㆍ도형 등으로 이뤄져 있어 대다수의 아이들이 딱딱하고 어렵게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수학 동화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학을 어렵게 여기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자연스럽게 대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로 푸는 수학 동화, 재미는 '덤'=수학 동화는 다양한 등장인물과 소재, 그림과 글의 조합 등으로 구성돼 있어 개념이나 원리를 좀 더 친근하고 흥미롭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상황과 갈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몰입력ㆍ자기주도력ㆍ사고력을 키울 수 있으며 수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확장해갈 수도 있다.
예컨대 높이와 지름이 같은 원기둥과 원뿔, 구의 비례관계를 푸는 문제가 있다고 하자. 보통은 도형을 제시하고 문제를 내는 데서 끝나지만 수학 동화를 접목한 문제에서는 세 도형의 비율을 발견한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와 그림을 곁들여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단순한 계산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 개의 입체 도형이 아르키메데스의 비석에 새겨지게 된 사연을 함께 들으면서 '수학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아이들도 보다 쉽게 수학에 접근할 수 있다.
이처럼 수학의 역사와 수학자 이야기, 생활 속 수학 등을 책을 통해 이해하게 되면 아이들은 해당 영역을 공부할 때 자신감과 더불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 더불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나 느낌들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게 함으로써 논리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도 있다. 수학 동화는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수학을 이해하고 수학을 좋아하게 만드는 데 매우 적절한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학습과 이야기 어우러진 책 골라야=수학 동화는 좋은 동화책으로서의 요건과 수학 교육적 가치를 동시에 지녀야 한다. 수학전문교육기업 시매쓰의 강종태 출판사업본부 본부장은 "수학 동화를 고를 때는 먼저 아이의 연령과 책 수준이 맞는지, 아이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인지 살펴야 한다"며 "글과 그림 간 조화는 물론 줄거리가 참신한지도 체크해야 할 항목"이라고 조언했다. 수학 동화나 과학 동화 같은 경우 부모의 교육 욕심이 앞서다 보면 좋은 동화책으로서의 요건보다는 학습성만 부각되는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자칫 하면 아이가 책을 멀리하고 교육효과도 거두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강 본부장은 덧붙였다.
결국 일률적 체계로 구성된 대형 전집보다는 여러 도서를 비교해 소재나 구성이 다양한 종류의 수학 동화를 골라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학의 특정 영역에 편중되기보다는 전영역 또는 통합 영역을 고루 접하게 해줘야 한다. 예컨대 ▦친근감과 호의를 주는 일상 소재 ▦세상을 확장해주는 다른 세계로의 모험이나 여행 ▦이야기식 구성부터 문제 해결력을 자극하는 게임이나 퍼즐 ▦수수께끼식 구성 ▦수학지식을 풍부하게 도와주는 논픽션 구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아이들의 수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도 함께 읽고 대화하라=전문가들은 좋은 수학 동화를 고른 뒤 독서지도는 책을 고르고 책값을 치르는 노력과 정성만큼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이에게 사주는 책은 아이와 함께 읽고, 때로는 읽어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부모 혼자서도 봐야 한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은 느낌과 질문 등을 주고받으면 효과는 두 배가 된다. 이때 부모는 아이의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단순히 "어땠니" "재밌었니" "이 책을 보고나니 이제 삼각형이 뭔지 알겠지" 등의 질문보다 아이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게끔 책 내용과 주인공의 심정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 보는 것이 좋다. 즉 "이때 주인공의 기분은 어땠을까" 또 "왜 이렇게 행동했지"처럼 수학 동화 속 내용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수학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만 알고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의견을 논리 정연하게 정리하는 힘을 기르고 지식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되는 원리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독서감상문을 쓰는 것도 수학 동화를 통해 표현력과 사고력을 넓힐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최근 서술형 평가 강화로 글쓰기와 말하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수학과 글쓰기를 연계하기가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강요보다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재미있었던 (수학) 동화책 내용을 일기로 기록하게 해보자. 이렇게 하면 수학 동화를 통해 얻은 지식을 정리하고 책의 주제 파악과 글쓰기 실력 향상 등에 큰 도움이 된다. 형식도 꼭 독후감의 형식이 아닌 편지나 일기형식이어도 좋다. 글이든 그림이든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나 생각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처음부터 길게 쓸 것을 요구하지 말고 짧은 문장이어도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이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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