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경제 분야에서도 생태계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자본주의 경쟁의 역사는 먼저 개별 생산요소의 경쟁에서 생산방식의 경쟁으로 변했고 이제 본격적인 생태계 경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제3차 제조혁명은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결코 스티브 잡스와 같은 한 사람의 인재에 의한 것이거나 3D 프린팅처럼 어떤 특정한 기술에 의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창조적인 인재와 혁신적인 기술이 탄생하고 경제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여건, 다시 말하면 창조 생태계가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창조 생태계는 글로벌 경쟁방식과 구도의 변화라는 흐름과 같은 맥락 속에 있다. 그런 점에서 창조 생태계가 우리 시대의 화두인 창조경제의 핵심 개념으로 놓인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우리의 미래는 창조 생태계를 어떻게 마련하고 성숙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이나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혹은 그에 앞서 정부든 기업이든 조직 간, 구성원 간 소통이 원활해 마음과 뜻이 먼저 융복합돼야 한다. 소통과 화합ㆍ단결이 전제되지 않은 창조는 일시적으로 융성할 수 있지만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켜 사회적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은 무작정 생산하고 소비하는 양태를 비판하고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적 정의를 주창함으로써 '화(和)의 경제'를 피력한 바 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들 간 화(和)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생태계는 갈등과 분열로 붕괴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화(和)는 창(創)의 전제이며 동시에 창(創)의 지향이다.
신 갈등사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여건 속에서 창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그만큼 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은 기업들이 스스로 생태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그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물론 정부 주도의 창조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분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대기업이 각자의 분야에서 중소기업과 함께 가치사슬을 확장하는 창조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단일기업 차원의 경쟁력이 아니라 기업생태계 차원의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높여나가며 그 결실을 공정하게 나누도록 해야 한다. 동반성장이나 경제민주화도 창조 생태계의 강건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창(創)과 화(和)가 잘 어우러진 창조 생태계 구성을 지원하되,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경제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 향후 5년 이내에 대중소기업 상호 간에 전문성을 융복합화한 창조생태계 간의 경쟁이 일반화되는 한국경제가 열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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