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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디플레 가능성 선제 방어…유동성 함정 부작용 우려도

[美 6,000억弗 2차 양적완화]<br>디플레 선제방어 하지만 유동성 함정 빠질수도<br>경기 회복세 안보이면 3차, 4차 가능성 시사<br>환율전쟁 불씨 될수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약달러발(發) 환율전쟁을 촉발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 카드를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은 미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방어로 풀이된다. 미 경제는 물가상승률이 1%를 간신히 넘을 정도로 회복속도가 매우 더디다. 실업률이 여전히 10%에 육박하고 주택시장의 침체도 지속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정책성명서는 "물가상승 속도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더디다"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까지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FRB의 돈 풀기식 경기방어책이 일본과 같은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고 미래의 인플레이션 위험만 가중시킬 뿐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약달러발 환율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이번 실탄 투입규모는 시장의 예상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글로벌 환율시장은 일단 '환 쇼크' 없이 차분하게 반응했지만 실제 자금이 투입되면서 달러 유동성이 풀리면 약달러 기조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월가는 당초 2차 양적 완화 규모를 1조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FRB의 국채 매입규모를 1조달러로 내다봤으며 HSBC는 최소 1조5,000억달러는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FRB의 의도대로 현재 1%선에 머물고 있는 물가를 2%대로 끌어올리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수준은 돼야 한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FRB는 최근 들어 트레이더 등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기대 수준을 5,000억달러선으로 낮추도록 움직였다. 2차분 규모는 예상치를 약간 웃돌았지만 지난 3월 종료된 1차분(1조7,000억달러)보다 규모도 줄었고 시간도 1년에서 8개월로 단축됐다. FRB가 당초 예상치보다 다소 낮은 수준의 양적 완화 정책을 결정한 것은 우선 '달러 찍어내기'에 대한 세계 각국의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눈앞에 둔 마당에 약달러발 환율전쟁을 촉발할 만큼의 대규모 양적 완화를 발표할 경우 그 피해를 입게 되는 일본ㆍ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들이 일제히 미국을 향해 포문을 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추가 양적 완화가 경제에 득이 될 수 있느냐는 실효성 논란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양적 완화 규모를 줄인 한 이유로 꼽힌다. 통화정책 전문가인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양적 완화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FRB 수뇌부 사이에서 반대론이 적지 않은 현실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거나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은 금리 부담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게 양적 완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는 실업률을 0.5%포인트 떨어뜨리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돈 풀기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향후 FRB의 행보다. 중간선거에서 재정지출 삭감을 공언하고 있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정책은 더욱 어렵게 됐다. 경기부양의 책임을 FRB 혼자 짊어져야 하는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만약 2차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떨어질 정도로 뚜렷한 경기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FRB는 3차, 4차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FRB 입장에서는 풀린 달러가 일으키는 과잉유동성과 이로 인한 핫머니의 이머징마켓 유입 등 부작용보다도 미국 경제를 살리는 게 우선일 수밖에 없다. FRB는 성명서에서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을 위해 필요한 정책수단을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FRB가 처음에는 5,000억달러 규모의 양적 완화를 실시하지만 결국 그 규모가 2조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성명서에서 추가적인 양적 완화의 길을 열어놓은 만큼 3차 양적 완화나 4차 양적 완화를 고려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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