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독일의 3대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와 달리 대중 지향적 양산브랜드로 분류된다. 플래그십 세단 페이톤이나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아렉도 만들지만 폴로, 골프, 티구안, 제타, 파사트 등의 차량은 비싸지 않은 가격에도 실용성을 지닌 차량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폭스바겐의 CC는 이런 점에서 약간 성격이 다르게 느껴지는 차량이다. 벤츠 CLS가 원조인 4도어 쿠페로 좀 더 고급스러운 폭스바겐의 이미지가 강조됐다.
CC의 매력은 우아한 외관을 지녔으면서도 실용성을 잃지 않은데 있다. 신형 CC 역시 마찬가지. 정면의 헤드램프와 안개등은 수평형으로 디자인됐고 슬림해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어지며 전체적으로 날렵한 인상을 심어준다. 지붕에서 트렁크쪽으로 이어지는 라인도 이전 모델에서의 부드러움 보다는 좀 더 선이 강조됐다.
실내는 심플하다. 조잡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곳에 조작 가능한 버튼이 있어 사용자의 편의성을 돋보이게 한다.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고급 차종에 주로 적용되는 아날로그 시계가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운전석뿐만 아니라 뒷좌석에 타도 머리 윗 공간에 여유가 느껴진다. 5인승이라고는 하지만 뒷좌석 중앙에는 장시간 타기 다소 불편해 보인다.
스마트키를 꼽고 누르는 방식으로 시동을 건다. 가속을 할수록 반응이 빠르면서도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간다. 탑승자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는 6단 DSG 변속기는 힘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신속한 변속으로 이 차가 스포츠 세단의 특성을 지녔다고 외치는 듯 하다. 다만 감속될 때 시속 20~30㎞ 구간에서 차가 울컥거리며 엔진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 또한 DSG만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시승한 차는 2.0 TDI 블루모션 4모션이다. 2리터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했고, 폭스바겐의 친환경 기술인 블루모션이 적용됐다. 4모션은 4륜구동 방식을 의미한다. 고속 주행에서 4모션은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회전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차량을 잡아줘 코너링의 재미가 쏠쏠하다. 바닥에 착 달라붙는 기분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아쉬운 CC만의 매력이 있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노멀, 스포츠로 조절이 가능하다. 승차감에 약간씩 차이가 느껴지는 정도다. 4모션의 진가는 급제동을 하면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마치 타이어를 도로 바닥에서 잡아 당기는 것처럼 고정시켰다. 제동성능이 너무 좋아 시내 주행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는 익숙하지 않을 정도였다.
4인 가족이 타기에 무난한 패밀리 세단의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달리는 재미와 멋스러움까지 살린 신형 CC는 국내에 3가지 라인업으로 소개된다. 가솔린 모델인 2.0 TSI(복합연비 10.5㎞/ℓ)는 4,39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구입 부담이 적고, 2.0 TDI 블루모션(복합연비 15.3㎞/ℓ)은 연비가 우수하며 가격은 4,790만원다. 2.0 TDI 블루모션 4모션(13.9㎞/ℓ)은 4,9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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