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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反재벌정서 윤리경영으로 돌파를


정치권이 요즘 선거의 해를 맞아 무척 바쁘다.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공약을 쥐어짜내고 있다. 그런 여야가 요즘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이 재벌 개혁이다. 심지어 민주통합당은 재벌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정경유착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치권이 이렇듯 매정하게 재벌에게 등을 돌린 것은 재벌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어발 확장ㆍ골목 침투로 화 자초

아마도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다. 외국에 나가서 국산 자동차나 휴대폰 등을 보면 세계 무대에서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우리 대기업들이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재벌 총수들의 잇따른 불법적 행위나 자녀들에 대한 변칙 증여ㆍ상속, 출자총액제한 폐지를 기화로 동네 골목 빵집까지 침투하는 문어발식 확장 등을 보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만 해도 그렇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고자 지난 1987년 시행한 제도가 외환위기를 맞아 기업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1998년 폐지됐다가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판단한 김대중 정부에 의해 2001년 다시 부활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폐지 논란이 들끓었는데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대기업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면 출총제는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고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도 "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기업의 자율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에 의해 2009년 출총제는 다시 폐지됐다.

그런데 이제 3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에서 폐지 주장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출총제를 폐지했더니 재벌 기업의 무분별한 중소업종 침투가 다시 시작돼 심지어는 골목 빵집에까지 진출하는 등 폐해가 심각하고 지배구조 규제나 집단소송제만으로는 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지 못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출총제가 폐지됐던 잠시 동안 예외 없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반복했고 심지어 재벌 2세들이 너도나도 빵집ㆍ커피숍 사업까지 진출해 중소자영업자들이 설 자리를 없게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재벌 기업들은 그저 소나기 피하기식의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적인 대응만 내세우고 있다. 자신들의 업적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무척 억울해하면서 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일부 반기업적 집단을 탓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는가' 하는 듯한 자세다. 하긴 재벌 기업들도 매년 수십억~수천억원을 사회에 기부하는 등 우리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했더라도 불법적 행위나 반사회적 행위 한두 가지가 그 모든 것을 뒤집어놓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국민의 불편한 마음을 되돌리지 못할 것이다.

존경받는 재벌기업ㆍ회장 나왔으면

외국의 대기업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의 재벌 기업에 없는 것은 윤리경영이고 외국에는 없는데 우리나라에는 있는 것이 바로 재벌 총수의 전횡이다. 만약 재벌에 대한 비난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재벌 기업이나 최고경영자(CEO)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윤리경영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윤리경영이란 불법적ㆍ편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최소한의 법규 준수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위한 최대한의 개념이다. 법규를 준수하는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자발적 윤리 실천이라는 능동적 자세다. 기업 스스로가 윤리경영을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감독하는 윤리경영위원회를 두어 총수나 가족의 권한까지 철저히 심사하는 등 윤리경영을 실천해나간다면 우리나라에도 국민의 존경을 받는 재벌 기업과 총수가 나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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