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16일 성명을 통해 "지난 11일 발생한 리비아 뱅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은 알카에다 제2인자로 알려진 아부 야히아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며 "미국 대사나 외교관과 마주친 사람은 누구든 미국 대사를 죽인 리비아인의 예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16일 보도했다.
다만 예멘에 본부를 둔 AQAP는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 대사 등 미국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 영사관 습격에 대해 자신들이 직접 책임이 있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아랍권 내 반미시위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정부는 수단과 튀니지의 공관 직원 철수를 지시했다. 미 국무부는 15일 수단에 대해 '여행경보(Travel Warning)'를 내리고 하르툼 주재 미 대사관 직원들에게 수단에서 떠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대사관도 일시 폐쇄했다. 아울러 튀니지에 있는 모든 미 공무원들과 자국민들에게 즉각 민간항공 편으로 벗어날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였던 지난주 '금요 기도회'를 무사히 넘긴 무슬림 종교 지도자들은 시위중단을 촉구하며 들끓는 이슬람교도들의 분노를 잠재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우디 최고 종교지도자 셰이크 압둘아지즈 알셰이크는 "이슬람교도들은 미국에 대해 비난할 권리가 충분히 있지만 폭력이나 소유물을 파괴하는 방법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며 "외교관이나 죄 없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은 이슬람에 대한 왜곡이자 신에게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예멘 의회는 자국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파견한 해병대 소대에 대해 어떤 이유로든 외국군을 주둔시킬 수 없다며 떠날 것을 요구했다. 수단 정부도 하르툼 주재 미국 대사관의 보안 강화를 위해 해병대를 파견하겠다는 미 국방부의 요청을 거절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