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위해 오는 9월7일 판문점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하는데 합의했다.
정부가 지난 28일 적십자 실무접촉 제안 통지문을 북측에 보낸 데 대해 하루 만인 29일 북한이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동의하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남측에 전달해온 것이다. 이에 따라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
그동안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연계하면서 행사일 직전 일방적으로 무산시키거나, 우리 측의 적십자 실무접촉 제안이 며칠씩 뜸을 들이는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북측이 이번에 즉각 답을 해온 것은 모처럼 마련된 관계개선의 기회를 잘 살려보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측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대해 “소중히 여기로 풍설한 결실로 가꿔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 22~25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이를 정례화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9월 초에 가지기로 한 바 있다.
판문점에서 열릴 실무접촉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일시와 장소, 방문단 규모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의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산가족 화상 상봉 및 상봉 장례화 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통상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적십자 실무접촉으로부터 한달 후에 진행됐던 점에 미뤄볼 때 이번에는 추석(9월26~28일)을 넘겨 10월 초순경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맞춰 북측이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자칫하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되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가 이뤄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 로켓 발사장의 발사대 증축 공사도 마쳤으며,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대규모 열병식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 구체적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의 로켓 발사 준비 움직임은 통상 발사 3주 전부터 감지된다는 점에서 9월 중순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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