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종 '전봇대'에 신음하는 게임업계
정보산업부=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이명박 정부에 전봇대는 무척 친근한 단어다. 당선인 시절인 지난 2008년 1월, 전남 대불공단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전봇대 때문에 대형 트레일러가 제대로 운행할 수 없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는데 모두가 이를 묵살했다"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식 업무 처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5년에 걸친 민원에도 꿈쩍 않던 전봇대는 이 대통령 방문 후 이틀 만에 철거됐다.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4시간에 불과했다. 국민은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행보에 큰 기대를 나타났다. 전봇대는 새 정부의 규제 개혁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 게임 업계가 때아닌 '전봇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초 이 대통령이 "학교폭력의 원인 중 하나가 게임"이라고 지적하자 정부가 하루에 최대 4시간까지만 청소년의 게임을 허용하는 '쿨링오프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미 정부는 자정부터 오전6시까지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도 운영 중이다. 이쯤 되면 "게임 규제 정책이 아닌 게임 말살 정책"이라는 게임업계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문제는 게임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 있다. 정부는 게임이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를 찾아봐도 비슷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미국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게임 중독 해결을 위한 국가기관의 강제적인 조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고 스웨덴의 정부 산하기구인 미디어카운슬도 게임과 아동 폭력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최근 발표했다.
물론 게임 업계가 이번 논란으로부터 마냥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매출과 가입자 확보에 치중하느라 게임 중독 예방활동 등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임이 부족했다. 하지만 또 다른 형태의 전봇대를 세워 산업을 통제하려는 근시안적인 정책은 더 이상 곤란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현 정권 출범 이후 정부의 규제 건수는 2009년 6,740건에서 2011년 7,170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의 규제 경쟁력 순위는 90위에서 108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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