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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래요? 박지성 선수 닮았단 얘긴 들어봤는데….”
연예인 비를 닮았단 얘기에 횡재라도 한 듯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프로골퍼 이상희(21ㆍ호반건설)한테선 리키 파울러(미국)나 노승열 같은 ‘골프 아이돌’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작은 얼굴과 뽀얀 피부, 체크무늬 바지를 멋들어지게 소화하는 패션감각을 갖춘 데다 골프를 안 칠 땐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는 ‘소녀감성’까지 지니고 있다. 하지만 큰 누나와 열일곱 살 터울인 늦둥이 이상희는 칭찬이 영 어색하기만 하다. “바지요? 그거 엄마가 골라주시는 거예요. 성적이 안 나면 카메라에라도 자주 잡혀야 한다고요.”
이상희는 지난해 카메라에 원 없이 잡혔다. 바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 우승을 포함해 네 차례 톱10에 오르는 꾸준한 성적으로 강경남ㆍ김대섭 등 국내 투어 간판들을 제치고 대상(MVP)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는 일본을 주무대로 삼을 계획. 퀄리파잉(Q)스쿨에 수석합격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진출하는 프로 3년차 이상희를 2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났다.
이상희는 “일본 코스는 주니어 시절 몇 차례 쳐보고 이번에 Q스쿨 치른 게 전부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며 “페어웨이가 좁다고 하지만 드라이버샷에 자신이 있고 퍼트감도 좋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이상희는 평균 290야드를 보내는 드라이버샷이 정교하기로 유명하고 퍼트도 지난해 평균 퍼트 수 전체 2위(1.77)에 오를 정도로 실수가 적다. 특히 퍼터는 2011년 프로 첫 승(10월 NH농협오픈) 당시 효과를 본 퍼터(오디세이 다트)를 일본에서도 사용할 생각이다. 초ㆍ중급자용인 이 퍼터는 슬럼프를 겪던 이상희에게 KPGA 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19세6개월10일)이란 신기록을 안겼다.
이상희의 최종 목표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이다. 지난 2009년 PGA 투어 Q스쿨에 고교생 신분으로 출전했지만 캐디의 실수로 인한 벌타가 빌미가 돼 탈락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이상희는 일본 투어를 전진기지 삼아 다시 한번 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다는 계획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골프볼을 쳤을 때의 짜릿했던 타구감을 잊지 못해요. 일본에서도 그때 그 느낌을 기억하면서 쳐야죠. 1차 목표는 시드 유지지만 우승 기회가 온다면 놓쳐선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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