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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광복 60주년의 두 모습
입력2005-08-15 16:22:05
수정
2005.08.15 16:22:05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지난 9일, 쌀 1,000가마를 북한으로 보낸 홍한표씨의 보은 실천은 광복 60주년의 의미를 더욱 뜻 깊게 했다.
84년 물난리를 겪었을 때 북한에서 지원해준 쌀로 한 달을 버텼던 적이 있던 74세의 이 농부는 살아 생전에 꼭 고마움을 갚아야 겠다고 다짐해오다가 이번에 이런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북한에 보내기로 한 쌀은 80㎏짜리 2,000가마인데 이는 20여년 전 자신이 받았던 40㎏의 2,000배이다. 미군기지 토지수용 보상금 1억7,000만여원을 몽땅 털어 마련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된 소감을 묻는 말에 그는 답한다. “이북 동포도 우리 동포여, 우리는 모두 한민족이라는 말이여, 북쪽에 사는 우리 핏줄이 어렵다고 하니까 은혜에 보답도 하고 있는 쌀 조금 나눠 먹자는 게지.” 소박하지만 진한 동포애가 배어 있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한편 8ㆍ15 대축전의 일환으로 진행된 남북통일축구에서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사용하기로 한 데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문제제기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남북통일축구 행사에 ‘태극기를 흔들어서도, ‘대~한민국’을 외쳐서도 안되는’점을 두고 ‘태극기 없는 광복 60주년, 대한민국 없는 통일축구’라고 비판하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모든 남북 공동행사에서 서로간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내걸지 않고 상호 국호 사용을 피해 남측-북측으로 호칭하는 것은 이미 굳어진 관례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번 통일축구경기가 A매치나 어떤 타이틀이 걸린 대회가 아니라 광복 60주년을 맞이해 남북 화해와 공존,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범민족적 잔치의 장이었음을 몰랐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칭 ‘애국주의자들’은 답해야 한다.
인생의 60을 이순(耳順)이라고 한다.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해 남의 말을 받아들일 줄 아는 나이라는 뜻이다. 남북관계도 광복 6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이정표가 마련되고 있다. 처음으로 북측 민간과 당국이 함께 남측에 내려와 공동행사를 가졌다.
또 처음으로 북측 당국 대표단이 국립 현충원을 참배했고 이산가족의 화상상봉도 시작됐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 정치 행사들이 아니라 남북관계가 인생의 60과도 같은 이순(耳順)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들이다. 이제 남북 ‘대결’의 패러다임은 반역사적인 것이다. 이것이 광복 60주년의 진정한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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