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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中 저임금시대는 갔다

중국에 현지법인 개설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계 A은행의 인사담당자인 B팀장은 최근 중국인 직원을 선발하면서 높아진 중국의 임금 상황을 실감했다. 대학 졸업 7년이 된 30대 초반의 상품 개발 담당 지원자가 연봉 50만위안(약 6,000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또한 올해 36세로 법무 담당에 지원한 중국 여성은 60만위안의 연봉조건을 제시했다. A팀장은 “이들 중국인 지원자들이 요구한 연봉이 한국 직원 못지않게 높았지만 중국사업을 위해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국 임금 수준에 대한 걱정은 비단 A팀장만의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한 인사 담당자는 “노동계약법 통과로 퇴직금 지급과 종신고용이 의무화돼 이것만으로도 임금 부담이 30% 가까이 늘었다”면서 “중국의 저임금시대가 빠른 속도로 저물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요즘 중국의 임금이 무서운 기세로 상승하고 있다. 10년 이상 이어져온 장기호황의 영향도 있지만 분배를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중국 정부의 노동정책도 근로자의 임금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5일 근로자들이 1년만 근무해도 연간 5일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유급휴가를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앞서 근로자들의 정년과 퇴직금을 보장하는 노동계약법을 만들었고 정부 주도로 임금 인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KOTRA 베이징 무역관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21개 성(省)ㆍ시(市)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 24%의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임금 상승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이에 따라 장시(江西)성 일부 지역은 올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50%나 증가했고 한국 기업들이 모여 있는 산둥(山東)성의 경우 임금 인상 기준율을 16%로 하되 최고 24%까지 올릴 수 있도록 상한선이 정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언론에는 서부 충칭(重慶)의 한 신발업체가 생산인력을 구하지 못해 10억위안 상당의 이탈리아 주문을 놓친 사례가 보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부 연해지역에 국한됐던 중국의 인력 부족 현상이 서부지역으로까지 확산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욱일승천하면서 중국의 임금 수준도 우리를 맹추격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중국이 이렇게 빨리 뛰고 있는 동안 분열과 다툼의 시간을 너무 오래 보냈다. 그러니 “5,000년 역사 속에 드물게 우리가 중국보다 잘살게 된 이 시대가 짧은 단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허튼 냉소로 들릴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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