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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와 개소세 인하 등으로 지난 3년간 큰 변화가 없는 가격 때문에 닛산 알티마는 이제 ‘국산차보다 조금만 무리하면 살 수 있는 차’가 됐다. 나쁘게 말하면 예전만큼 수입차라는 느낌을 주지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직접 알티마를 타보고 든 생각은 건 ‘수입차’라는 우월감은 예전만 못해도 실용성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차라는 점이었다.
지난 주말, 2015년형 알티마의 최상위 모델인 3.5 테크를 타고 올림픽공원에서부터 김포공항까지 왕복 80㎞가량을 주행해봤다.
신형 알티마의 외관은 운전석 앞의 보닛은 낮게, 뒤쪽 보닛은 높게 만들어 날렵하고 강한 인상을 줬다. 닛산의 스포츠카, 370Z의 디자인을 계승한 부메랑 모양 헤드 램프와 어우려져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중형세단에서 찾아보기 힘든 파격이다.
날렵한 외관 때문에 동급에 비해 작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내부 공간도 만족스럽다. 앞좌석과 뒷좌석의 공간은 운전자는 물론 뒷좌석 탑승자에게도 큰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일부에서 알티마를 ‘패밀리 세단의 정석’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실감이 났다. 가죽과 종이처럼 얇게 깎은 나무인 무늬목으로 치장한 내부는 은은한 아이보리 색으로 꾸며져 탑승자의 눈을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3,000만원대 수입 중형 세단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특히 닛산의 기술력을 총 동원해 만든 신체에 닿는 모든 부분에 압력을 분배함으로써 운전 피로도를 줄여준다는 저중력시트는 가솔린 엔진이 가지는 정숙성과 함께 주행 시 편안함을 더해줬다.
가속페달을 밟자 차가 서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2015년형 알티마에는 무단변속기가 적용됐다. 무단변속기는 변속 없이 기어비가 변화함으로써 변속충격과 변속과정에서의 유류낭비를 없애주는 변속기다. 실제로 타보니 마치 게임을 하듯 매끄럽게 속력이 올라갔다. 최대마력 273마력, 최대토크 34.6㎏·m를 자랑하는 3.5리터 엔진은 가속 시 오히려 힘이 남는 느낌을 줬다.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지 않아도 부드럽게 나아가는 고속 주행 안정성은 상쾌한 기분을 선사했다. 차체에서 듣기 싫은 소음이 조금 난다는 점을 제외하면, 고속 코너링도 합격점을 줄만 했다. 제동은 부드럽지만 제동거리가 조금 길다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주행해본 연비는 리터당 8.9㎞였다. 연비에 도움이 되는 무단변속기를 장착하고도 공인 복합연비인 10.5km는 물론 도심 연비 9.2km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로 도심에서 주행한 점과 3.5리터 엔진이 느끼게 해준 넉넉한 출력을 감안해도 다소 아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3,000만원대의 가격에 이 정도 주행 성능을 제공하는 수입 중형 세단은 많지 않을 듯했다. 가격은 시승한 3.5테크 모델이 3,800만원(부가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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