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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 엎어진 지역주택조합 '어쩌나'

토지주 반대·시공사 선정 난항 등서울 31곳 중 55% 지연·무산

17년간 3000가구 공급 그쳐 주택공급원 역할도 미흡

관리·감독 등 제도개선 시급


전세난에 시달리던 이모씨는 결혼 후 모아온 돈과 처갓집에서 보태준 돈을 더해 1억8,000만원을 서울 동작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계좌로 입금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서다. 하지만 시행사가 사업부지를 형식상 공매절차를 통해 제3의 시행사로 넘겨버렸고 졸지에 납부한 돈을 되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이씨는 공중으로 사라진 1억8,000만원이 어디에 사용됐는지조차 알 수 없어 동작구청 주택과에 민원을 넣었지만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서울시내 지역주택조합 31곳 중 무려 55%에 가까운 17곳의 사업이 지연되고 있거나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주택공급원으로서의 역할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산된 55% 사업장 보니=서울시가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된 17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 주체가 연락 두절된 곳이 5곳으로 가장 많고 △토지주 반대나 토지 확보 지연 5곳 △시공사 선정 난항 2곳 등 이유가 다양하다.

특히 조합 설립 후 10년 이상 사업이 지연된 곳도 8곳에 달한다. 노원구 상계수락조합의 경우 지난 1999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현재까지 사업이 지연된 상태다. 서대문구 홍은동 대원조합 역시 2001년 1월 조합 설립 후 사업 주체가 연락이 두절됐고 성동구 옥수조합도 2003년 조합 설립 후 토지주 반대에 부딪혀 제자리걸음이다.

지역주택조합 제도 도입 당시 기대했던 주택 공급 효과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31곳 중 준공과 입주가 이뤄진 곳은 상도현대엠코 등 4곳에 불과, 3,031가구를 공급한 데 그쳤다. 전체 31개 사업지의 계획 가구 수가 9,371가구임을 감안하면 목표치의 33%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31곳 중 가장 먼저 조합을 설립한 게 1999년임을 고려하면 17년간 서울 전역에서 3,000가구가 공급된 것에 불과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손 놓고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 난항=최근 서울시가 지역주택조합 제도개선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원 모집을 지구단위계획수립 이후로 하고 사업비 사용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개선안을 국토부에 제출했지만 반대에 부딪힌 것.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사실상 제도 폐지 수순을 밟는 것과 유사해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 구청에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관리·감독 장치가 부족한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은 과거 주택 공급량이 부족했을 때 도입됐던 기형적인 제도"라며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은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정작 제도를 만든 중앙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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