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2+2 연석회의'를 열어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와 국회 특위의 연내 구성에 합의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 후의 개혁 논의과정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이제는 앞으로 정치 일정상 공무원연금 개혁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회의론마저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난 20년간 매번 미뤄온 과제이며 이제는 더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재정상황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를 국민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공무원 눈치를 보는지 국민대타협기구가 구성되면 발표하겠다고 했던 구체적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마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듯 새정치연합은 자체적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자당의 대안이라 부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된 새정치연합의 공무원연금 개혁 검토안을 살펴보면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안과 큰 틀에서는 유사하다. 새정치연합이 검토하는 연급 지급률은 새누리당안보다 0.4%포인트가 낮은데 새누리당안은 그동안 민간의 최대 39% 수준에 불과했던 공무원 퇴직수당을 100%로 현실화했다. 이를 감안하면 받는 급여는 두 당의 안 모두 유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리고 공무원이 내는 돈인 기여율에서 새정치연합의 검토안이 1%포인트 더 낮은 만큼 재정절감 효과가 더 작다는 차이가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여야 논의과정에서 충분히 절충점을 찾을 수 있으며 새정치연합의 검토안도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
다만 새정치연합의 검토안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연금상한액을 297만원으로 설정한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교총 등 공무원단체가 이미 직종 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는 방안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둘째, 신규 공무원과 재직 공무원을 구분하지 않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공무원은 재직 공무원과 분리해 국민연금 수준의 연금 수급 구조를 적용해야 한다. 이는 세계 각국의 공무원연금 개혁에서도 나타나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논의는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수렴된 의견들과 함께 국회 특위에서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여야는 10일 합의문에 따라 국민대타협기구와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조속히 구성해야 할 것이다.
미국 신학자이자 정치개혁운동가이기도 했던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는 "작은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큰 정치인은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 선거만 바라보고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계속 지지부진하게 끌고 간다면 새정치연합은 스스로 작은 정치집단이 되기를 자청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미래 세대를 위해 희생과 고통이 수반되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싫어도 해야 한다며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새정치연합도 구체적인 개혁안을 당당히 제시하고 논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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