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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금융위기로 인한 정부 시장개입 오래 못간다

■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언 브레머 지음, 다산북스 펴냄)<br>자본주의 국가의 경제 성장 원인은 계획경제 아닌 자유시장 도입 때문<br>자본주의, 현 글로벌 위기 교훈 삼아 기본 원칙 충실히 따라야 미래 보장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휘몰아치고 난 직후인 지난 2009년 1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의 재등장이다. 나아가 공적 분야가 경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이념의 종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로 전세계 경제는 또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면서 자본주의의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해 적극적으로 경제를 관리함으로써 국가적 번영을 가져와야 한다는 극단적인 진단도 나온다. 위기 컨설팅 전문업체인 유라시아 그룹 회장으로 정치학과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저자는 최근 10년 동안 세계 무대의 전면에 등장한 국가자본주의 현상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의 미래를 짚어본다. 저자는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 직후 이뤄진 일련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그 해 10월 3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긴급경제안정화법안에 서명하고 7,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구제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자유시장경제의 상식대로라면 뉴욕 주식 시장에서 내려져야 할 결정이 워싱턴의 정치가들에게 넘어간 것이다. 저자는 "국가가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더욱 가시화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하나같이 이전까지 시장에 맡겨 두었던 의사결정권한을 다시 거둬들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시장 통제권은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상파울로에서 브라질리아로, 뭄바이에서 델리로, 시드니에서 캔버라로 넘어갔다. 비슷한 시기에 국가를 등에 업은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이 세계 무대의 전면에 등장한다. 바로 정부가 직접 소유하고 있거나 정부와 매우 친밀한 기업들이다. 현재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시멘트 제조업체인 멕시코의 '시멕스'는 2008년 이미 코카콜라의 시가총액과 비슷해졌고, 브라질 광산회사 '발레'는 광산업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로슈, BHP 빌리튼의 자산 가치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미국이 주도했던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정말 종말을 맞이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확립될 것인가. 이 질문에 저자는 "국가자본주의가 특정 이데올로기가 아니며 그 자체로 자본주의를 포용하고 있다며 다만 목적이 다를 뿐"이라고 답한다. 국가자본주의를 실천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권위적인 정치 시스템, 즉 위기관리가 국가통치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시스템을 옹호하며 시장을 없애기보다는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활용한다. 이들은 현재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극대화하길 원한다는 것. 저자는 국가자본주의가 근본적인 위험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지속하긴 어렵다는 진단을 내린다. 그는 "국가자본주의 정부들이 시장 개방을 유지할 경우 결국 자유시장과 함께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영향력이 유입될 수 밖에 없으며 정치적 안정이 경제적 성장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을 폐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자원의 합리적 투자에 위배되는, 비효율적 의사 결정으로 인한 비용 낭비도 장기적으로 국가자본주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는다.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이 경제적 성장을 거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계획경제를 버리고 자유시장 원리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저자는 "자유시장 자본주의 진영이 현재의 위기를 교훈 삼아 자유시장의 기본 원칙에 충실히 매진하느냐 여부에 자본주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까지 세계 경제가 자유시장 자본주의로 인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조언은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자본주의에 한 줄기 빛을 제시해준다.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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