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와 안정을 누려왔던 전세계 베이비부머들이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의 여파로 3중고에 시달리는 고된 노년의 문턱에 진입하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생활비 감소와 일자리를 못 구한 자녀들의 뒷바라지, 상속 받을 재산 소진 등으로 노후대책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부머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지난 1946~1964년에 태어나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 고조된 지난해부터 65세 은퇴연령에 진입한 세대로 미국에서만도 7,900만명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후에 태어나 고성장과 평화를 향유하며 'L세대(행운의 세대ㆍLucky Generation)'로 인식돼온 선진국의 베이비부머들이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로 전락하고 있다고 최근 평가했다.
은퇴시기를 맞아 평생 모아 마련한 부동산의 가치는 이미 곤두박질친 상태다. 주식시장 불안과 초저금리로 연금 수령액도 기대치에 못 미친다. 영국의 경우 주요 연금 운용처인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연금자산이 10만파운드인 경우 1990년 당시 1만7,000파운드에 달했던 연금 수령액이 지금은 6,000파운드까지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장성한 자녀들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취업난 때문에 30~40대가 되도록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 남성(25~34세)는 지난해 19%로 성인 남성 5명 중 1명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1980년대 11%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으레 물려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재산상속은 자산가치가 급락한데다 이전 세대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이렇다 보니 현실적으로는 은퇴를 하기보다 좀 더 일을 해야 할 처지이지만 경기둔화로 일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다. 런던 소재 재무컨설팅 업체인 이볼브파이낸셜플래닝의 제이슨 위트컴 이사는 "올해 은퇴자는 진퇴양난의 궁지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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