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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으로 남은 '저녁이 있는 삶'

■ 손학규 정계 은퇴 선언

학생운동으로 민생에 눈 떠 1993년 민주자유당으로 입당

3선의원으로 장관·도지사 역임

"진정 국민을 섬기는 정치하라" 후배 정치인들에게 조언 남겨

"새누리당에 있었으면 확고한 차기 대권후보감인데 스스로 광야로 나갔던 것(새누리당의 한 의원)."

"확고한 민주주의와 민생에 대한 신념을 가진 분인데 너무 안타깝다(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

7·30재보궐선거 경기 수원병(팔달)에서 분루를 삼킨 손학규(67)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31일 정계를 은퇴하자 여야 의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손 고문은 이날 "앞으로는 다른 방면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며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얼굴에는 지난 2012년 대선공약에서 강조했던 국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회한과 아쉬움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회견 뒤 기자실을 돌며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일한 만큼 소외 받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후배 정치인들에게는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 진정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정치를 당부했다.

손 고문이 민주주의와 인권·민생에 확고한 눈을 뜬 계기는 학생운동과 빈민운동·노동운동에서 시작된다.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뒤 한일협정 반대 투쟁에 나섰고 삼성그룹의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 규탄 시위에 참여했다. 무기정학을 당해 강원도 함백탄광에서 노동을 했고 복학해 조영래 변호사,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더불어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1980년 봄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영국 옥스퍼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귀국해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을 맡아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인하대와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활동하다가 김영삼 정부 첫해인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제14대 보궐선거에서 경기 광명에서 당선된다. 제15대 총선에서 재선한 뒤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3선을 했으며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다.

2007년 3월 이명박·박근혜 후보와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공정을 이유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손 고문은 당시를 회상하며 "시베리아로 나섰다"고 표현했다. 이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정동영 후보에 패했다. 하지만 2008년 초 구원투수로 대표로 투입됐고 2008년 4월 총선에서 299석 중 81석을 얻는 데 그쳐 강원도 춘천에서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며 칩거했다. 그는 당시 "진보적 자유주의의 새로운 길이 추구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복지사회로서 공동체주의와 보편적 복지를 기본이념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10월에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뒤 전국을 돌며 민주대장정을 했고 2011년 4월에는 여당 텃밭인 분당을 보궐선거에 나가 강재섭 후보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2012년 대통령 선거 경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내세우며 의욕을 불태웠으나 문재인 후보에게 패했다. 손 고문은 은퇴사를 통해 "들고 날 때 분명해야 하고 순리대로 생활해야 한다"며 "저녁이 있는 삶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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