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가재정 3개월 뒤 파탄 위기
여야 적자국채 발행안 대립… 의회 통과 못할땐 민생 타격
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일본 정치권이 예산부족분을 국채발행으로 메우는 적자국채 발행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오는 10월이면 국가재정이 파탄 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전체 예산규모의 절반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는 적자국채 발행이 막히면 재정파탄이 일어날 것이라며 자민ㆍ공명당 등 야당에 협조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정권탈환을 노리는 야당은 이를 담보로 버티고 있다. 지난달 하원에서 소비세 인상 법안을 통과시키며 정치후진국의 오명을 씻을 기미를 보이던 일본 정치권이 또다시 민생보다 당의 이익을 앞세우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6일 아즈미 준 일본 재무상은 자민ㆍ공명당 등 야당 관계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 국회가 예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국채발행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10월에 국고가 바닥날 것"이라며 "어느 한쪽이 승리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즈미 재무장관은 "현재 일본 정부가 가진 돈이 46조1,000억엔인데 9월까지 지출할 돈은 43조9,000억엔"이라면서 "38조3,000억엔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안을 국회가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10월에 국가재정이 고갈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3개월 후면 국가재정이 파탄 날 위기에 처했지만 야당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야당은 "지난달 소비세를 2015년까지 지금의 두 배인 10%로 올리는 데 합의하면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하원해산과 조기총선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다 총리를 궁지로 몰아 결국 조기총선을 통해 정권을 탈환할 생각이다.
여야의 '치킨게임(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공멸하는 극단적 게임 이론)'으로 적자국채 발행안이 결국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예산의 30%를 차지하는 사회보장기금 운용부터 차질을 빚어 민생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 교부금 등 전방위에 걸친 긴축재정이 시행돼 큰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국제적으로도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이에 따라 국채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부지출의 대부분을 세수로 충당했지만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사회보장금이 늘어나면서 부족분을 국채를 통해 메워왔다. 현재 예산의 48%를 국채로 보전하고 있어 국채 가격이 상승하거나 금리가 높아진다면 폭발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로이터는 "소비세 인상 법안을 극적으로 통과시켜 리더십 부재에 시달리는 유럽에 교훈을 줬던 일본이지만 이후 여당 일부가 탈당하고 여야가 또다시 당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 사이 국제투자가들은 등을 돌리고 민생은 어려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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