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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거래 부진… 가격 뚝… 압류 급증… 美 주택시장 더블딥 오나

세제지원 중단 등으로 주택수요 크게 위축<br>5월신규 주택 거래 32% 줄어 '사상 최저'<br>"시장 살리려면 고용개선에 정책 최우선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클레이턴의 한 주택 앞에‘가격 인하’ 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미국은 최근 경기회복을 판단하는 주요 경제 지표 가운데 하나인 기존 주택판매와 신규주택판매,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 등 미국의 주택지표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레이턴=블룸버그

"미국 주택시장은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을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월가의 족집게'로 불리는 메리디스 휘트니 애널리스트(메리디스휘트니 어드바이저리그룹 대표)는 지난 21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 주택시장이 더블딥에 빠지면서 경기 회복 기조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은행주의 급락과 씨티그룹의 배당삭감을 정확히 예측해 월가에서는 '귀신'으로 통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주택시장이 다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매입과 세제지원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지원조치가 종료된 데다 금융권이 다시 주택 압류를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위기설이 다시 불거지는 것은 단순히 정부 지원의 중단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여러 악재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고용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책의 초점을 고용상황 개선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주택 거래 부진 속에 가격도 하락 = 최근 발표된 미 주택시장 주요 지표들은 더블딥 주장을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의 주택거래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기존 주택 매매실적. 기존 주택 매매실적은 지난 3월부터 2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5월에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감소세로 반전됐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기존주택 판매는 566만채(연간기준)로 전월에 비해 2.2% 감소했다. 신규 주택 매매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보다 32.7%나 감소한 30만건(연간기준)에 달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관련집계를 시작한 지난 1963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실제로 주택수요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주택구입을 위한 모기지 수요가 급감하자 모기지 금리(30년만기 기준)는 지난 주(21 ~ 25일)에는 평균 4.69%로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주택거래 부진 현상은 상당 기간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책모기지업체인 패니매는 오는 3ㆍ4분기 기존 및 신규주택 매매가 전분기에 비해 7.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프레디맥의 경우 12%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주택가격 하락추세도 뚜렷하다. 미 주요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반영하는 S&P/케이스-쉴러 지수에 따르면 주택가격은 지난 2월 10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0.14%, 전월 대비)로 돌아선 이후 3월에도 0.05% 떨어졌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주택 평균가격이 지난해 4.5% 내려간 데 이어 올해도 3.6%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의 수잔 워처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 거래 부진 속에 가격마저 크게 떨어진다면 실물경기 회복세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압류도 늘어 수급 불균형 심화= 미국 주택시장은 이미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일시적인 부진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방정부가 지난해 2월 도입한 최대 8,000달러의 세제지원 혜택(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대상, 4월 매매계약까지 적용)을 지난달 종료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세제지원은 주택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00만대의 주택이 추가로 팔리는 효과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유동성 지원을 위해 실시한 총 1조2,5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입 프로그램을 지난 3월 종료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환경이 악화된 데는 금융권의 주택 압류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지적한다. 휘트니 애널리스트는 주택시장 더블딥의 핵심 근거로 은행들의 공격적인 주택압류를 꼽았다. 그는 "은행들은 실제로 주택 압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는 가뜩이나 많은 주택재고를 더 늘림으로써 가격하락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에도 압류주택이 190만채로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던 지난해 수준(200만채)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시장 정책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패니매가 이달 23일 이른바 '전략적 연체'(지불능력이 있지만 의도적으로 모기지 상환을 연체)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전략적 연체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수립하기 어려워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데다 정부의 세제지원이 종료된 시점에서 이런 설익은 방침을 내놓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주택수요가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패니매의 발표에 대해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며 "국책모기지업체(패니매)가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을 거스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용회복이 가장 큰 해결책 = 패니매의 모기지 연체율은 지난 2007년 이전까지 0.5% 수준이었지만 올해 초에는 5.5%까지 치솟았다. 로이터통신은 "모기지 연체율은 실업률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며 "실업률이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내려가지 않으면 주택압류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세제지원은 사라졌지만 주택구입 여건은 여전히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택가격이 과거 버블시기에 비해 크게 떨어진 데다 모기지 금리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아 자금조달 여건도 좋은 편이다. 이처럼 여건이 좋은 데도 주택거래가 뚝 끊어진 것은 잠재적 소비자들이 실업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기 어려워 주택구입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릭 벨스키 하버드대학교 주택연구소장은 "세제혜택과 자금조달 여건 개선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며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고용시장 개선이 최우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미국의 고용시장이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특히 민간부문의 고용 개선 속도는 매우 더디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월중 새로운 일자리(농업부문 제외)가 47만1,000개로 최근 10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민간부문의 비중은 10% 미만(4만1,000개)이었다. 올 5월말 현재 실업률도 9.7%로 연내에 9%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 주택시장에 대한 더블딥 주장이 확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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