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당진에 있는 합덕제철고는 지난 1951년 개교한 이래 지금까지 학교명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 농고에서 1994년 농공고로, 다시 2003년 산업고로 변경했다가 지난해 지금의 제철고가 됐다. 교명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도 크게 달라졌다. 농촌지역의 전문계 고교로서 산업 및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신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학생 수 감소는 물론 취업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 학교의 올해 취업률은 3%였다. 66명의 졸업생 중 단 2명만이 취업했다. 반면 50명이 전문대를, 1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률이 77.3%에 달한다. 합덕제철고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돌파구는 '마이스터고'로의 변신이었다. 지난해 10월 국내 유일의 철강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됐다. 2010학년도에 철강기계과 80명과 철강자동화과 20명 등 1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충호 교감은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뽑지 않는다"면서 "신입생을 3년 뒤 모두 취업시켜 취업률 100%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개교하는 전국 21개 마이스터고의 신입생 모집이 12일부터 시작됐다. 학교별로 오는 11월5일까지 모집한다. 전문계고 졸업생들이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마이스터고가 전문 직업교육기관으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학 진학 희망 학생은 안 받는다=2008년 전문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19.0%, 대학 진학률은 72%였다. 취업률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문계고가 대학 진학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입시에서 별도의 전문계고 특별전형이 있고 수능에 직업탐구 과목이 17개나 되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마이스터고는 졸업생 전원을 취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입생을 뽑을 때부터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받지 않는다. 전형 과정에서 적성검사 등을 통해 이러한 학생들을 걸러낼 계획이다. 뉴미디어콘텐츠 분야 마이스터고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모든 신입생들에게 '미디어 종합적성검사'를 실시해 이를 학과 선택 및 입학 전형자료로 쓴다. 또 학생들로부터 반드시 취업하겠다는 서약서까지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의 정진석 교감은 "전문계고를 대학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면서 "미디어 적성검사 결과를 전형에 20%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려 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마이스터고들은 3년 동안 특성화된 실무교육을 하고 맞춤식 진로지도를 하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취업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교감은 "꼭 대학에 가고 싶은 학생은 졸업 후 산업체에서 3년 이상 재직하면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 기업체에 우선 취업=현재 전문계고의 취업률이 20%가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마이스터고들이 학교 설립 목적에 맞게 3년 뒤 졸업생 전원 취업을 달성할 수 있을까. 마이스터고들은 지역 내 산업체와 교육과정을 함께 개발하고 졸업생을 이들 기업에 우선적으로 채용한다는 협약을 맺어 취업률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충북반도체고의 경우 하이닉스반도체ㆍ동부하이텍 등과 협약을 맺고 반도체장비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며 에너지 분야 마이스터고인 수도전기공고는 협약업체인 한국전력을 비롯해 에너지 분야 중견업체에 졸업생들을 대부분 취업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원하이텍고와 구미전자공고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회사와, 거제공고와 삼천포공고는 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SPP해양조선ㆍ삼호조선 등 조선업체들과 연계해 이들 기업의 니즈에 맞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 교감은 "직업능력개발원ㆍ기업들과 함께 3~4개월 동안 교육과정을 개발했다"면서 "60여개의 미디어 분야 관련 기업과 협약을 맺었는데 게임이나 프로그래밍 분야는 학력을 크게 따지지 않고 실력을 우선하기 때문에 취업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에 현대제철ㆍ동부제철ㆍ동국제강ㆍ현대하이스코 등 국내 굴지의 철강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합덕제철고도 커리큘럼을 짜는 데 이들 기업체의 의견을 대거 반영했다. 이 교감은 "기업들이 기술뿐 아니라 인성교육과 외국어교육을 시켜달라고 해 봉사활동이나 영어회화수업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면 좋겠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터고는=지역과 연계해 산업현장 중심의 특화된 전문기술교육을 통해 기술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교로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내년 3월 개교하는 전국 21개 마이스터고의 신입생 선발 인원은 총 3,600명이다. 교과성적과 인성요소, 심층면접, 기타 자격증이나 자기소개서 등 각종 전형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선발하며 교과성적 반영 비율은 특별전형은 30% 이하, 일반전형은 50% 이하다. 입학생은 입학금ㆍ수업료ㆍ학교운영지원비 등 학비가 전액 면제되며 모든 학교가 기숙사를 운영한다. 복수지원은 금지된다. 학교별 자세한 전형방법은 마이스터고 홈페이지(www.meisterschoo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