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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대국관계에 합의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앞으로 열리는 후속 협의에 달렸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특히 두 정상이 넥타이를 풀고 셔츠 차림으로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중국의 사이버해킹 문제나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유권 분쟁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만큼 이후 진행될 고위급회담 등에서 얼마나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나올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은 다음달 8~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되는 제5차 '미중 전략경제대화(S&ED)'가 지난 7~8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구축한 상호이해와 정상 간 개인적 친분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S&ED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사이버 안보부터 자유무역, 클린에너지 기술, 군사적 협력 등 광범위한 의제에 대한 후속 대책을 다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이버 안보와 관련, 사상 처음으로 워킹그룹을 설치해 여기에서 논의된 내용을 양국 정상들에게 보고하게 된다.
양국 외교ㆍ재무장관들이 참여하는 S&ED는 2009년 7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후 매년 두 차례 양국을 오가며 열리고 있다. 다음달에는 미국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 중국에서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 러우지웨이 재정부장 등이 참석한다.
국제위기 그룹의 스테파니 클라이네 알브랜트 중국 자문관은 "(정상회담에서) 광범위한 성명이 발표되고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말썽은 항상 세부사항에서 생기기 마련"이라며 "S&ED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WSJ는 그동안 미중 S&ED는 말만 많고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대화에서 나올 결과물에 주목했다. 2010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S&ED 이후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26개 성과 가운데는 "워싱턴 국립수목원에 중국 정원을 성공적으로 건축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한다"는 외교적 성과와는 무관한 내용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또 시 주석이 정상회담 중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초청한 점을 상기시키며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이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지만 양측 다 언제 오바마의 방중이 이뤄질지를 언급하지는 않은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정상이 '포괄적 파트너십'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의 경제적ㆍ군사적 부상은 양국 간 갈등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의 해법을 둘러싸고 인식차를 드러냈다.
일단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론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관계국은 긴장고조가 아닌 긴장완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한 데 반해 시 주석은 "관계 각국은 도발과 문제 야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지난해 센카쿠 국유화를 통해 현상을 변경한 일본이 '결자해지'에 나서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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