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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젊은이와 아오모리 사과
입력2011-06-16 17:33:59
수정
2011.06.16 17:33:59
서정명 기자
지난 1991년 일본 아오모리현에 거센 태풍이 몰아쳤다. 일본 최대 사과 생산지였던 아오모리 지방은 쑥대밭이 되었고 정성 들여 사과를 재배했던 농부들의 한숨과 탄식은 깊어만 갔다.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땅에 떨어졌다. 망연자실해 있는 농부들에게 마을 이장이 제안을 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10%의 남은 사과가 있습니다. '시험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 합격사과'라는 브랜드로 사과를 팔아봅시다."
농부들은 시험을 앞둔 학부모와 학생을 타깃으로 보통 사과 값의 10배를 붙여 떨어지지 않는 사과를 판매했다. 낙방을 피해갈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합격사과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오모리 농부들은 태풍으로 입은 재산피해를 모두 만회할 수 있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청년 기업가 안연정(34ㆍ여)씨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문화로놀이짱'을 방문했다. 20~30대 젊은이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전기톱으로 목재를 가공하고 있었다.
"직원 13명은 모두 제 또래의 젊은이들이에요. 예술가, 공공미술 작가, 음악가 등 전공분야도 다양해요. 취직이 안된다고, 사회가 우리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푸념만 할 수는 없잖아요. 의기투합해 우리의 길을 개척해나가기로 하고 똘똘 뭉친 사람들이에요."
안 대표의 말에는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안 대표는 오 시장에게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회적기업 프로젝트에 감사의 인사를 건네면서도 보안책과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청년 사업가다운 배짱과 기개를 엿볼 수 있었다.
청년 실업사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지난 5월 청년 실업자 수는 31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했다. 전체 실업자에서 차지하는 청년 실업자 비중도 같은 기간 34.6%에서 38.0%로 늘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좌절하는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연일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린다. 어떤 젊은이들은 떨어진 사과 90%만 보고 실의에 빠진다. 아오모리 합격사과처럼, 안 대표처럼 길을 찾으면 반드시 해답은 나오게 마련이다. 청춘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희망'과 '열정'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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