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결정체인 원석에 열을 가하고 망치로 두드려 태초의 아름다움을 되살려내 가슴 한 켠에 오롯이 새긴다. 브로치에 자연의 그림을 담아내 ‘한국의 티파니’라고 불리는 1세대 금속공예가 김승희(66) 국민대 명예교수가 오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자신의 인생과 금속공예의 의미를 소개하는 전시를 연다.
'시작하다, 피어나다, 감싸다, 동행하다'를 주제로 장신구 브로치와 목걸이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작품 50여점이 나온다. 합금을 통해 만들어진 금속과 자연의 보물인 수정ㆍ마노 등 다양한 원석에 최소한의 기교를 더하며 자연의 축복을 고스란히 담았다. 천연석이 주는 영롱하고 신비스런 색감과 은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구조와 광택을 감각적으로 디자인해 품격 있는 장신구를 완성하고, 자신의 삶과 인간사의 이야기를 전한다.
'작지만 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김승희의 브로치는 장신구를 새로운 예술의 장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의 장신구를 카피한 싸구려 장신구들이 남대문시장 등에서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유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착용한 (남대문에서 샀다는) 브로치도 작가의 제자가 만든 카피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 받았다. ‘김승희표 브로치 스타일’로 통칭되는 브로치 카피는 남대문에서 만원이면 살 수 있는 대중적인 제품이지만, 실제 작가의 진품 브로치는 수십 만원을 호가한다.
작가는 “처음에는 제가 공들여 작업한 작품들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형태로 쏟아져 속상했고 저작권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늘어난다는 점에 대해 더 고맙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자신의 오리지널 작품에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카피는 대부분 조잡하게 제작될 수 밖에 없어요.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할 곳에 기계로 찍어냈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제 작품은 쉽게 구할 수 없는 특별한 재료와 섬세하게 각진 부분 등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디테일을 갖고 있습니다. 브로치를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면 진품을 소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02) 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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