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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스로 만드는 미래
입력2005-06-01 16:38:31
수정
2005.06.01 16:38:31
제갈정웅 <대림대학 이사장>
디지털카메라가 상용화된 지 10여년이 됐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필름회사와 카메라회사들에 분명히 커다란 환경 변화였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한 캐논은 니콘과 타 카메라회사를 누르고 선두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독일의 아그파나 미국의 코닥 같은 필름회사들은 후지처럼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현재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년 전부터 예상됐던 일인데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법석을 떠는 점에서는 요즘 우리나라 교육계를 보는 것 같다. 10년 전부터 인구통계를 볼 때 대학 입학정원보다 대학 진학예상자가 부족해 입학정원 미달 사태가 예견됐다.
이러한 미달 사태에 미리미리 준비한 대학들은 지방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채웠으나 그렇지 못한 대학들은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미달 사태를 경험하게 됐다. 그런데도 아직 미달 사태의 심각성을 못 느낀다면 그것은 아그파나 코닥과 같이 회사가 부도가 나야 심각성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보는 다 공유하지만 조직원들이 불감증에 걸리거나 오만해지면 변화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조직 내에 나토(NATOㆍNo Action Talking Only) 군사들이 많으면 그 조직도 변화가 어렵다.
물이 0도면 얼음이 되고 100도가 되면 수증기가 되는 것과 같은 변이점(變異点)이 물리학에 있듯이 사회과학 분야인 조직에도 이런 변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이 0도 이상과 100도 이하에서는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듯이 조직도 사회 변화가 느리고 변화 폭이 크지 않을 때는 급격한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리고 변화 없이도 생존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고객 수가 30% 줄어드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이것은 분명히 변이점이 발생한 것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예상될 때는 물이 얼음이 되거나 수증기가 되는 것과 같은 급격한 변화를 모색해야만 한다. 이러한 변화를 모색하는 하나의 방법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리라. 현재 우리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앞으로 경험하게 될 상황 변화에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조직원이 함께 찾아내는 과정이 전략수립 과정이다.
이러한 의미의 경영 전략이 군사학에서 차용돼 경영학의 중요한 영역이 된 것은 50여년밖에 안된다. 최근에는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이 재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블루오션 전략에서 이야기하는 핵심 개념은 어쩌면 손자가 일찍이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이 최선책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한 것에서 비롯된 발상이 아닐까 한다.
경쟁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최상의 경영 전략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경영 전략을 만들려면 10년이나 15년 후의 미래를 먼저 예측하고 그러한 미래 환경에서도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에 사용했었는데 최근에 발상을 좀 바꿔보자는 생각을 했다.
미래가 아무리 잘 예측하려 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면 미래 예측에 많은 자원을 동원할 것이 아니라 10년 후나 15년 후 자신들의 바람직한 모습을 그려내고 그 바람직한 모습과 현재의 모습과의 갭(gap)을 찾아내 그 갭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현명한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미래란 어차피 불확실할 수밖에 없어 정확히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조직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만들고 그 미래상을 만들기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경영 자원인 유형자원과 인적자원과 무형자원을 어떻게 혁신해야 할 것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인적자원이 체득한 노하우를 우수하게 할 뿐만 아니라 동기 부여가 돼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는 단 두 종류의 사람만이 있다. 한 종류의 사람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다른 한 종류의 사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조직에서 인적자원이라고 할 때는 이 두 종류 중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형자원인 조직문화를 열린 조직문화로 바꿔야 한다.
삼성그룹이 초일류기업이 된 것은 학연ㆍ지연ㆍ혈연을 타파하고 열린 조직문화를 만든 데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전자결제시스템 같은 것을 도입해 의사결정을 투명하고 빠르게 해야 하는 것도 바람직한 모습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명품으로 인식되도록 브랜드를 가꾸며 블루오션을 찾는 일에 매달리는 것이 미래 예측에 매달리는 것보다 우리들의 미래를 더욱 빛나게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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