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등을 집필하며 대중적인 인기와 문학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은 소설가 박완서의 등단은 1970년, 그의 나이 40이 되던 해였다. 프랑스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빅토르 위고가 대작 '레미제라블'을 발표한 것 역시 60살 때다. 이뿐 아니다. 존 로널드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발표한 것이 62살,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이 필생의 역작 '사이코'를 완성한 것도 61살이다.
우리가 그들을 거장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 작품 때문이지 몇 살에 뭘 했느냐가 아니다. 태생부터 빛나는 재능을 보여주는 이도 있지만, 그보다는 뚜벅뚜벅 제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간 이들이 더욱 빛나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이렇다 정해놓은 것이 없음에도 사회에는 소위 '통념'이 있다. 대학을 가야 한다, 결혼을 해야 한다, 나이 마흔이면 이 정도는 이뤄야 한다 등등. 뒤쳐지는 이에게 손가락질까지는 아니어도 은근한 압박과 빈정거림이 돌아간다. 이러한 통념은 많은 이들에게 강박을 안겨준다.
하지만 각각 국제변호사와 해외봉사활동가인 저자들은 말한다. 삶이란 표지판 없는 낯선 길을 걷는 것과도 같다고.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벽에 가로막히기도 하고 장애물이 나타나 걸려 넘어지기도 하며 생각지도 못한 일로 상처받게 된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시 일어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이지 삶에 쫓긴 나머지 제 페이스를 잃고 흔들리며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고 토닥여 준다. '방향만 분명하다면, 힘들 때 잠시 멈춰 쉬었다 가도 좋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고.
우리는 무수한 선택과 욕망 사이에 갈등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성과와 위치를 점검한다. 평균수명 80살 시대에 아직 전반전도 끝나지 않은 젊은이라면, 설사 몇 골 먹었다 해도 작전만 잘 세우면 만회할 시간도 기회도 충분하다.
혜민 스님은 말한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 말이 맞습니다. 방향을 잘 잡으려면 잠시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알려주는 답보다 내면에서 나온 답을 스스로 찾으세요. 간절하면 내가 뭘 원하는지 보여요."1만3,8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